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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물폭탄' 포항 전통시장 상인들, 추석대목 앞 망연자실

등록 2022.09.08 11:40:22수정 2022.09.08 13: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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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시스] 이바름 기자 = 8일 오전 경북 동해안 최대 전통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에 시민들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고 있다. 2922.09.08. right@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포항=뉴시스] 이바름 기자 = 8일 오전 경북 동해안 최대 전통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에 시민들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고 있다. 2922.09.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포항=뉴시스] 이바름 기자 = "버리는 중입니다. 암모니아가 올라오거든요."

8일 오전 경북 동해안 최대 전통시장은 포항 죽도시장에서 만난 건어물 상인 A씨가 종이박스에 가득 담긴 건어물을 내보이며 말했다.

건어물 위로 파리 한 마리가 '윙윙' 날갯짓을 하며 맴돌고 있었다.

가게 앞에는 이미 건어물이 가득 담긴 박스 1개가 버려져 있었고, A씨 뒤로는 물기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가게 바닥에 박스가 깔려 있었다.

A씨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도 무릎 위까지 물이 차올랐다"며 "너무 경황이 없어 사진을 못찍었는데 앞에 매대가 둥둥 떠다니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포항=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경북 포항 오천시장을 찾아 태풍 힌남노 피해 상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점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09.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포항=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경북 포항 오천시장을 찾아 태풍 힌남노 피해 상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점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09.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포항 남구에 집중돼 북구지역인 죽도시장은 이날 평소와 유사할 정도로 복구가 완료됐으나 구석구석 수해의 잔해가 남아 있었다.

이불집을 운영하는 B씨도 "남구 지역과 비교하면 심하지는 않지만, 비 피해로 젖은 이불은 버리거나 해야 한다"며 "이틀이나 지났기 때문에 많이 회복되긴 했으나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다녀간 포항 오천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군·경 등이 대거 투입된 덕분에 현재 복구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길가에 쌓인 싱크대나 책상, 냉장고, 그릇 등은 여전히 태풍 내습 당시의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50년 넘게 방앗간을 운영한 C(80·여)씨는 "우리 가게가 시장의 가장 저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천장까지 물이 찼었다"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쌀이고 뭐고 한 가득 들여놨는데 다 비에 젖어서 망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 피해 복구 현장(사진=포항시 제공) 2022.09.07.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 피해 복구 현장(사진=포항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냉장고부터 시작해 각종 기계는 물론 참깨 10가마니와 햅쌀 10가마니 등이 다 못쓰게 됐다"며 "가게 앞에 쌓아둔 모래주머니도 물에 다 쓸려 내려가버렸다"고 덧붙였다.

포항 구룡포시장도 현재 태풍 피해로 인한 복구가 한창이다.

상인들은 이곳이 바닷가 부두와 맞닿아 있어 태풍 내습 당시 구룡포 시장에는 성인 남성의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고 입을 모았다.

간판 빼고 성한 곳이 없다는 상인들은 추석 명절 대목을 앞두고 물건들을 가득 준비해둔 상태에서 태풍 피해를 입어 망연자실하고 있다.

[포항=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강타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에서 한 시민이 강풍에 쓰러진 간판을 옮기고 있다. 2022.09.06. lmy@newsis.com

[포항=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강타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에서 한 시민이 강풍에 쓰러진 간판을 옮기고 있다. 2022.09.06. [email protected]

수족관에 가득 들어있던 물고기들은 태풍 이후 흙탕물에 죽어 있거나 흔적도 없이 어딘가로 사라졌으며, 성한 집기들이 없어 모두 새로 사거나 해야 하는 비용도 들 것이라고 한탄했다.

상인 D씨는 "물건들은 나중에 다시 돈을 벌어서 받아오거나 하면 되는데, 냉장고나 이런 건 모두 새로 사야 하니까 막막하다"며 "자연재난이니 누군가를 탓해선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누군가라도 탓하지 않으면 속이 터질 거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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