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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A to Z]②과잉금지원칙 위배·인권침해일까...법원·전문가 판단은

등록 2022.10.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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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A to Z]②과잉금지원칙 위배·인권침해일까...법원·전문가 판단은

[서울=뉴시스]김수연 인턴 기자 = 지난 2008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재범을 방지하고 피부착자의 재사회화를 위한 장치인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전자발찌 착용은 법원이나 법무부가 결정한다. 법원은 성폭력 범죄자 등에게 실형 선고와 함께 만기 출소 후 전자발찌 착용을 명령할 수 있으며, 법무부도 사기·교통사고 등 범죄자를 가석방하면서 길게는 10년 동안 전자발찌 착용을 요구할 수 있다.

전자발찌에 달린 발신기는 가로 5㎝, 세로 5㎝, 두께 2㎝로 바짓단이 올라가면 양말 속 전자발찌도 눈에 띌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전자발찌를 한 아저씨와 같이하게 돼 무서워서 바꿔달라 했다", "영화관에서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사람을 보고 기겁해서 뛰쳐나왔다"는 등의 글이 올라온다. 전자발찌를 차면 성범죄자로 인식되는 사회적 낙인 효과 때문에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받은 이들은 '인권 침해', '이중 처벌' 등의 근거로 항소하거나 헌법 소원을 내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전자발찌는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

헌법에는 전자감시제도를 '보안처분'으로 본다면 그 필요성과 비례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다. 이에 일각에선 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최대 30년(최장 45년)인 것이 지나치게 범죄자의 인권을 침해하며 아무리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지라도 비례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또 원래의 형기를 마친 다음 재범 방지를 위해 다시 일정 기간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하는 것이 이중처벌이 아니냐는 논란도 나온다. 실제 상습 강도강간죄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피고에게 형기를 마친 뒤 10년 동안 전자발찌를 부착하라는 명령이 선고되자 이에 불복한 피고인이 "전자발찌 부착명령은 이중 처벌로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며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자발찌는 재범 방지와 국민 보호를 위한 일종의 보안처분으로 응보를 목적으로 하는 형벌과 본질적으로 구별된다"며 "전자감시제도가 피부착자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오로지 형기를 마친 범죄자의 감시를 위한 방편으로만 이용됨으로써 피부착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과잉입법에 해당한다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인권침해' vs '공익'

전자감시제도가 성폭력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입법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되긴 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대상자의 위치는 항상 수집·실시간 기록되기 때문에 사생활의 노출이 불가피하고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가족이나 제3자의 사생활도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시스 그래픽】

【뉴시스 그래픽】

또 흉악범들의 재범률이 높더라도 양형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단지 재범의 위험성 때문에 피감시자의 모든 사생활이 감시된다면 이는 사생활 침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한 전자발찌 착용자가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위헌심판을 제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전자장치 부착과 더불어 준수 사항 이행 의무를 지게 됨으로써 피부착자가 받게 되는 기본권 제한이 적다고 볼 수 없으나, 재범의 위험성이 높아 형벌로는 특별 예방이나 사회방위 효과를 거두기 힘든 범죄자의 재범을 예방해 국민을 보호하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판결했다.

또 전문가들은 "전자발찌는 대상자의 소재 위치만 확인할 뿐 그의 행동이나 대화 내용까지 통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해 법무부는 부착자의 불편을 고려해 크기가 크고 무거운 일체형 전자발찌를 개선하고자 소형화, 경량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인권을 과도하게 챙긴다는 지적과 전자발찌를 이들의 편의에 맞춰 개선할 경우 심리적 부담이 줄어 범죄 충동을 억제하는 효과까지 반감된다는 주장에 부딪혔다. 또 성범죄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 등을 계기로 전자발찌의 내구성 강화로 방향을 틀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전자감독 대상자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은 전자발찌의 내구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들은 "남의 기본권은 짓밟고 자신의 기본권만 주장한다", "범죄자의 인권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더 보호받아야 한다", "범죄 피해로 인해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과 재범 피해를 우려하며 살아야 하는 국민의 인권이 먼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국대학교 법학과 강동욱 교수는 "피의자의 인권에 치우쳐 과잉금지의 문제,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하기보다는 전자감시제도가 '피해자'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재범방지제도가 되기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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