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칠성, '처음처럼·새로' 소주 가격 연내 인상 방침…"정부와 조율"
최근 콘퍼런스콜서 "올해 안 소줏값 올릴 것" 발언
내년 주류 기준 판매비율 도입 앞두고 인상 서둘러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주, 맥주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동월 대비 4.7%, 5.1% 올라 약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둔화세를 보이던 소주, 맥주 물가가 다시 큰 상승폭을 보인 것은 국제유가 급등 및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주류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1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소주, 맥주 모습. 2023.12.11. [email protected]
최근 오뚜기·풀무원·롯데웰푸드·GS25 등이 정부의 민생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가격 인상을 잇따라 철회한 가운데 '서민 술'로 대표되는 소주 가격을 올리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원가 부담에 수익성이 악화하자 롯데칠성은 "올해 안에는 소주 가격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정부와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정부가 내년 1월 1일 출고되는 국산 소주·위스키 등 주류에 세금을 매길 때 제조자의 국내 유통 판매관리비 등을 차감하는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키로 하면서 앞으로 소주 가격 인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 서두르는 분위기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롯데주류)은 소주 제품 처음처럼과 새로를 올해 안에 인상하기 위해 정부와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7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연 콘퍼런스콜에서 소주 가격 관련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콘퍼런스콜에서 "대한주정판매협회가 올 초 소주 주정의 가격을 10% 가량 인상했는데 과거에는 메인 재료인 주정값이 오르면 소주 업계가 가격을 곧바로 인상해 왔다"며 "이번엔 총선이 내년 4월에 있다 보니 가격 인상을 자제하거나 인상 타이밍을 늦춰달라는 요청이 많아 올해 계획한 가격 인상을 아직 진행하지 못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0% 가량 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격 인상이 워낙 민감한 이슈이다 보니 확답은 못한다"면서도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이다 보니 어떻게든 올해 안에는 가격 인상을 하려고 정부와 계속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이 올해 안에 소주 가격 인상을 하려고 서두르고 있는 것은 정부가 내년부터 주류에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해 주류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1일 기획재정부는 종가세 적용 대상인 국산 주류 과세 시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원가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는 종가세 대상인 국내 제조주류와 수입산 주류는 주세 과세시점이 달라 국내 주류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역차별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산 주류는 제조자의 판매관리비 등이 과세표준에 포함돼 주세가 과세되는 반면, 수입산 주류는 국내 수입통관 과정에서 과세가 이뤄져 수입업자의 판매관리비 등이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조비용이 2만원인 국산 주류의 경우 세액이 2만6000원인데 반해 수입 주류는 수입 원가가 같아도 세액은 1만8000원이다. 국내 주류와 수입산 주류 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국내 제조장에서 출고하는 국산 주류에 대해 제조장 가격에서 기준판매비율 만큼을 차감한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주세를 신고·납부하게 된다.
국산 증류주에 붙는 세금이 낮아질 수 있어 가격 인하 효과를 노리고 도입한 것인 만큼 업체가 출고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새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에 가격을 인상한 업체들은 인하된 세금에 따라 출고가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칠성이 처음처럼·새로 출고가를 인상하지 않은 채 내년 새 제도 도입 이후 타 업체들과 달리 출고가를 동결하면 사실상 인상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는 이미 가격을 올렸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오리지널의 출고가를 6.95%(80원) 인상했다.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360㎖ 병과 1.8ℓ 미만 페트류가 대상이다. 진로도 360㎖ 병은 9.3%, 640㎖ 페트는 6.95% 올렸다.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가격을 올리면서 각 지역 향토 소주업체들도 가격을 올렸다.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선주조는 지난 17일부터 대표 제품인 시원과 대선소주(360㎖)를 기존 1166.6원에서 1247.7원으로 6.95% 인상했다.
대전·충청 향토 소주 업체 맥키스컴퍼니도 같은 달 20일 '이제우린' 360㎖ 병의 출고가격을 1166원에서 1247원으로 6.95% 인상했다. 이는 참이슬 가격보다 0.7원 낮은 출고가다.
전남 지역에 기반을 둔 보해양조 역시 이번달 1일부터 '잎새주' 360㎖ 병의 출고가를 6.96% 인상했다. 과일소주인 '복받은 부라더'와 '보해복분자주' 375㎖ 병의 출고가 역시 각각 6.91%, 8.33% 올렸다.
처음처럼 16.5도 이미지(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상 요인은 여전하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에탄올) 값이 매년 오르고 있어 롯데칠성음료도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10개 주정 제조사의 주정 판매를 하고 있는 대한주정판매는 올 4월 주정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다. 당시 업계는 주정값 인상에 출고가 인상을 검토했으나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에 가격 인상을 보류했었다.
여기에 롯데칠성의 전체 주류 사업 영업이익도 줄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 영업이익은 10.6%나 감소했다.
다만, 롯데칠성의 대표제품인 처음처럼의 소주 시장 내 점유율이 낮아진 점은 가격 인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처음처럼'의 소주 시장 내 점유율은 10%대로 하락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주정 등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소주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하다는 건 내부에서도 이미 공감한 사안"이라며 "인상 여부 포함한 인상률 시기 전반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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