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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특례법 공청회…"환자에 입증 책임 위헌적" 반발

등록 2024.02.29 18:33:26수정 2024.02.29 19: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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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서 의료사고특례법 초안 공청회

보험 가입시 과실로 중상해 의사 '형 감면'

"안전사고 방지 노력 더 느슨하게 할 수도"

"의료 소비자 정보 비대칭 심한데…불리"

환자 가족 고성 항의 "법 제정 철회하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4.02.29.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4.02.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정부가 필수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사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환자와 소비자 단체는 의료사고 피해자의 공소 제기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적이라며 법안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공청회'를 열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장을 마련했다.

특례법은 의료진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의료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해도 환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반의사불벌) 특례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아울러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의료진은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중증질환, 분만 등 필수 의료행위에 한해 의료과실로 상해가 발생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의료진이 필수 의료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형이 감면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공청회에서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에게 피해 발생 원인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 없이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소 제기 자체를 금지하거나 형사처벌을 감경하는 조항은 안전사고 방지 인식과 노력을 느슨하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중상해의 경우 위헌 결정이 나온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참조해서 초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위헌적인 법률을 참고해서 위헌적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특례법이 아니라 의료인에 대한 형사고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법적 피해 구제 제도를 마련하는 게 먼저"라고 덧붙였다.

황만성 원광대 로스쿨 교수는 "특례법 적용 배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중과실 유형이 있다. 예로 의료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수술을 하거나 진료를 해서 환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지는 사례 등은 예외 조항에 들어가 있지 않다"며 "과실 판단의 기준이 더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의료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료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하다. 의료 사고의 사법적 부담 완화를 논하는 법은 소비자에게 매우 불리하다"며 "의료 사고에 대한 입증 책임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적 부담만을 경감하는 법안은 소비자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공의 집단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응급실 복도를 지나고 있다. 2024.02.27.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공의 집단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응급실 복도를 지나고 있다. 2024.02.27. [email protected]



공청회를 방청한 일부 환자,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특례법 제정 백지화를 요구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10년 전 아버지를 신장암으로 잃었다는 신모씨는 "당시 아버지가 신장암 치료 중 한 대학병원에서 받은 시술에 문제가 있었다"며 "임상실험 중인 약을 투약하기도 했는데, 허가받지 않은 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을 돌아가시고 나서야 알았다"고 전했다.

신씨는 "아직도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유족 입장에서는 병원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너무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며 특례법 제정 철회를 호소했다.

특례법 제정을 급하게 추진하는 배경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무리하게 법안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장은 패널 질의응답을 통해 "의대 증원 정책이 논란인 가운데 일종의 '카드' 형태로 특례법이 논의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며 "더 급박한 일은 환자들이 의료 현장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문제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사고의 사실관계를 밝히는 과정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고 참여하기도 수월하다"며 "하지만 의료사고는 이야기가 다르다. 의료 전문가와 일반인의 입증 부담이 다르다"며 법안 재검토를 주문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현장으로 돌아오라고 통보한 마지노선인 29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병동에서 의료진이 중환자를 옮기고 있다. 2024.02.29.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현장으로 돌아오라고 통보한 마지노선인 29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병동에서 의료진이 중환자를 옮기고 있다. 2024.02.29. [email protected]



향후 보험을 운영·관리해야 하는 보험업계에선 아직 법안에 대한 충분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것에 난감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공청회에 온 의료보험 업계 관계자는 뉴시스에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초안은 의료 과실이 발생하면 손해배상 소송 결과,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사 공제조합 등에서 치료비 전액을 먼저 선지급하도록 규정했다"며 "오늘 공청회에 여러 보험사 관계자들이 참석했지만 보험금과 관련된 설명은 없었다. 보험사도 특례법의 당사자 중 한 축인데, 우리 얘기도 들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험사에 접수된 사건 중 과실이 인정되는 비율은 약 50% 정도인데, 환자에게 선지급을 하면 나중에 의료과실이 인정되지 않았을 경우 환자에게 지급한 돈을 보험사가 돌려받기 쉽지 않다"며 "추후 소송 등에서 확정된 비용이 선지급된 비용과 다를 경우 정부가 대신 반환해 준다고 하지만 결국 세금 아니냐. 예산이 충분히 배정될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종합보험, 공제 등에 가입한 의료진의 경우 의료과실로 인한 상해가 발생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초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특례법의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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