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K는 '국제 테러 전문' 분파…하마스 기습 영향받아"

지역 거점 중심 활동하는 다른 ISIS와 달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이 테러 촉발 영향

모스크바 테러가 또 다른 테러 유도할 수도

[모스크바=AP/뉴시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무장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호라산(ISIS-K)의 정체는 무엇일까. 안보전문가는 이들의 정체를 해외 공격에 초점을 둔 IS의 강력한 지역 분파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테러 현장인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2024.03.23.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무장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호라산(ISIS-K)의 정체는 무엇일까. 안보전문가는 이들의 정체를 해외 공격에 초점을 둔 IS의 강력한 지역 분파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모스크바 테러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촉발된 면이 있다고 봤다. 러시아에서 테러 성공으로 세계가 더 많은 위협에 다가섰다는 경고도 나왔다.

"ISIS-K는 치명적이고 유능한 지역 단체"

[모스크바=AP/뉴시스] 지난 22일(현지시각) 공개된 영상 사진에 무장 괴한이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있다. 2024.03.23.

모스크바 크라스노고르스크 크로커스 시청 공연장은 22일(현지시각) 테러범 4명으로 인해 아비규환이 됐다.

테러 전후로 미국은 범인으로 ISIS-K를 지목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를 지목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25일 "이번 범죄가 이슬람 세계가 수 세기 동안 이념을 놓고 싸워온 급진 이슬람주의자 손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사실상 인정 수순을 밟았다.

IS의 지역 지부 격인 ISIS-K는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에 걸쳐있는 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호라산은 이들 지역의 옛 이름이다.

25일 워싱턴포스트(WP)는 대테러 관계자와 전문가를 인용해 ISIS-K를 해외 공격에 특화된 지역 지부로 평가했다.

미국 정보기관 보고서는 이 단체가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에 테러 공작원을 보내는 동시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를 향한 공격을 계획했다고 분석했다. 올해에만 ISIS-K는 이란과 러시아에서 민간인 집단을 표적으로 250여 명을 살해했다. 지난 1월 초 1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란 가셈 솔레이마니 추모식 폭발 사건도 ISIS-K가 연관돼 있다.

이슬람 테러 분석가 리타 캐츠는 "가장 작전 준비가 잘된 단체인 ISIS-K가 중앙아시아 전역에 조직을 설립하고 특히 타지크어, 우주베크어, 페르시아어 등 현지어 구사자를 모집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오늘날 이 조직은 옛 소련 국가를 포함한 중앙아시아 전역에 촉수를 뻗은 치명적이고 유능한 지방"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IS 지부와는 다른 성격과 형태를 띠고 있는 셈이다. 다른 IS는 지역에서 진지를 구축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막강한 군대를 갖추고 지역을 근거지 삼는 지역 군벌과 같은 모습이 됐다. 이는 2019년 IS 수장이던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는 생전 마지막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단체 지역 지부가 세계를 향한 복수 작전을 수행할 임무를 띠게 됐다고 말한 데에 부응하는 행태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해 모스크바 테러 촉발"

[크파르 아자(이스라엘)=AP/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유대교 안식일인 7일(현지시각) 새벽 기습 공격을 단행해 이스라엘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가자지구 인근 크파르 아자 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주민들이 공격을 피해 탈출하는 모습. 2023.10.07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추산 조직원이 6500명을 넘는 대형 테러단체인 ISIS-K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뒤에 모스크바 테러 동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충돌로 ISIS를 향한 관심과 통제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 이이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데 좋은 환경이 됐다.

동기 면에서도 하마스의 기습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세계적으로 큰 이목을 끌고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을 보고 ISIS-K 등 세력이 이를 '성공적 모델'로 보고 모방해 영향력을 확장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해당 테러로 현재까지 사망자 139명, 부상자 182명이 보고됐다.

유럽·서아시아 등지 정보 당국자는 "ISIS가 하마스의 공격을 저기술 테러의 성공 사례로 극찬했다"고 확인했다.

한 아랍 정보 관계자는 하마스가 몇 달 동안 언론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ISIS 등 다른 세력도 조직 구성원에게 '우리도 강대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믿음을 증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유럽 정보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가자지구 상황에 분노한 야심 찬 테러범이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에서 영감을 얻을 것이라고 본다"고 추가 위협 가능성을 예고했다.

동시에 모스크바 테러에서 발생한 막대한 피해가 자금, 조직원 모집, 대외적 인정을 바라는 이슬람 단체에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고 관측하면서 "불행히도 우리는 또 다른 시도를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테러 대상이 러시아가 된 것에는 2015년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폭격기와 헬리콥터를 지원한 점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행보로 타격을 본 IS가 러시아에 적개심을 품어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2017년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과 2022년 9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주재 러시아대사관에 폭탄 테러를 해 도합 20여 명을 살해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