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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중동전쟁 막아라"…美, 긴박했던 19일의 '물밑 작전'

등록 2024.04.22 17:46:43수정 2024.04.22 20: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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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방어하려 군자산 신속 배치

'확전 방지' 위해 양국 모두에 총력 외교

[워싱턴=AP/뉴시스]이스라엘과 이란의 대치로 확전의 기로에 섰던 중동 정세가 간신히 진정된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간의 치열했던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분투를 자세히 전했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지난 13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회의하는 모습. 2024.04.22.

[워싱턴=AP/뉴시스]이스라엘과 이란의 대치로 확전의 기로에 섰던 중동 정세가 간신히 진정된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간의 치열했던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분투를 자세히 전했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지난 13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회의하는 모습. 2024.04.22.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치로 확전의 기로에 섰던 중동 정세가 간신히 진정된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그간 긴박했던 '물밑 작전'에 이목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각) '본격적인 중동 전쟁을 피하기 위한 백악관의 열정적 분투'라는 기사를 통해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격 이후 19일간 바이든 행정부의 물밑 노력을 다뤘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했을 당시 이스라엘은 불과 몇 분 전에 미국 카운터파트에 공격 사실을 전달했다. 그나마도 목표물과 위치 등 정확한 정보는 없었다.

공습 직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화상 회의를 열었다. 마이클 헤르초그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와 이스라엘 국방 관계자 등이 대화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헤르초그 대사는 비로소 자국이 이란 고위 군사 당국자 등을 공격의 표적으로 삼았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공격 이후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즉각 이란의 보복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특히 이란이 외국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을 노릴 수도 있다는 게 미국 당국자들의 우려였다. 실제 이란에서는 군 당국 관계자 등의 발언으로 "시오니스트 정권의 공관은 안전하지 않다" 등의 위협이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일이 벌어진 이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통화로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과 관련해 사전에 언질을 주지 않은 점에 실망을 표했다.

백악관을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은 그만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 드론(무인기)이 가자 지구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던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을 폭격, 7명의 구호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WSJ은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통화를 거론,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최악이었다"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WCK 오폭으로 세계의 지지가 추락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통화에서 이란의 공격에 맞서 자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고 한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부에 이스라엘 보호 강화 조치를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군 당국은 이에 따라 위기 상황에서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고위급 기밀 계획을 실행했는데, 플로리다 항구로 돌아오던 USS카니 구축함을 지중해 지역으로 돌려보내는 등 조치가 여기에 포함됐다.

당시 이 지역에서 작전하던 또 다른 구축함인 USS알리버크호가 USS카니호와 함께 이스라엘에 가까이 배치됐다고 한다. USS버크호는 SM-3 요격기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추적·격추할 수 있는 함선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자국군 요원들을 비밀리에 텔아비브로 파견하고 F-15E 전투기 등을 파견해 이란의 드론 공격에 대비하도록 했다. 역내에 주둔하던 F-16전투기 등도 작전에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자국군 자산을 동원해 이스라엘 방비에 만전을 기울이는 한편, 바이든 대통령 참모들은 타국 정부에 바쁘게 전화를 돌렸다. 타국 채널을 활용해 이란의 보복 공습을 막으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WSJ은 특히 빌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 기간 유럽과 중동, 튀르키예(구 터키)의 정보 담당 카운터파트들과 연이어 통화하며 이란에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보복은 같은 달 13~14일 이뤄졌다. 이전까지 이스라엘 외국 영사관 등을 상대로 한 공격을 예상하던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공격이 늦어지자 이란이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아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격이 이뤄질 무렵, 주말을 보내기 위해 델라웨어 레호보스 비치를 찾았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자 토요일 낮에 곧장 워싱턴DC로 복귀했다고 한다.

13일 저녁 결국 이란의 공격이 시작됐을 때 미국 당국자들은 백악관 상황실과 국방부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당시 공격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공격의 규모는 충격적이었다는 전언이다.

300기 이상의 드론 및 미사일로 이뤄진 이란의 공격은 다행히 대부분 격추됐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즉각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며 신중한 대응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이란의 대규모 공격에 대응해 이스라엘이 즉각 강력한 공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 집권 기반인 우파 연정 내부에서는 강경 대응론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미국 당국자들은 이에 이스라엘 측에 '경솔한 대응을 할 경우 국제사회의 지지를 다시금 잃을 수 있다'라는 뜻을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후 '합리적 조치'를 연정 내부에 공언했다고 한다.

그렇게 19일 오전 이스라엘의 이란 이스파한 공격이 시작됐다. 당시 공격은 좁은 범위에서 이뤄졌지만 이란 영토 깊숙한 곳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가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은 "위기를 초래한 19일 전(1일)의 다마스쿠스 공습과 달리,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미국에 제한적 공격에 관해 몇 분 전 통보했다"라며 "백악관은 적어도 한동안은 더 큰 전쟁을 피하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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