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g '예찬이의 기적'…쑥쑥 자라 5개월만 가족 품으로
임신22주 512g 초극소미숙아, 5개월만 3.68kg
자연분만 다섯쌍둥이·335g 미숙아도 집중치료
"여러과 간 진료협력…산모·신생아 생명지킴이"
[서울=뉴시스]512g의 초극소미숙아로 태어난 예찬이가 약 5개월 만에 3.68kg로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엄마가 수유하는 모습.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2024.10.30. [email protected].
512g의 초극소미숙아로 태어난 예찬이가 약 5개월 만에 3.68kg로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5월31일 512g의 몸무게로 태어난 예찬이가 약 5개월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 29일 3.68kg의 몸무게로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30일 밝혔다.
산모의 평균 임신주수는 보통 40주인데, 예찬이는 엄마 뱃속에서 22주 5일만에 세상으로 나왔다. 예찬이는 결혼 후 수 년만에 어렵게 생긴 첫 아가였다.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진행된 출산으로 산모는 물론 아기 아빠와 가족들이 모두 슬퍼하면서 병실은 울음바다가 됐다.
산모와 가족들은 생존율이 30%정도 이지만, 의료진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에 희망을 걸었다. 엄마와 아빠는 작명소를 찾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이름을 요청했고, 지혜와 능력을 갖춰 순조롭게 나아가길 바란다는 뜻을 지닌 ‘예찬이’라고 이름 지었다.
임신 후 특별한 증상이 없었음에도 갑작스러운 조산으로 태어난 예찬이는 입원 초기 융모양막염, 진균, 녹농균 감염으로 혈압조차 측정하기 어려웠다. 면역이 약해 온몸의 피부도 다 벗겨져 있었다. 출생 초기부터 폐도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면서 가슴안에 공기가 차는 기흉이 발생해 응급 흉강 천자 시술도 필요했다. 폐동맥 고혈압, 동맥관 개존증 등 몇 차례의 고비를 넘겼고, 눈의 망막 혈관이 잘 발달 되지 않아 생기는 미숙아 망막병증 수술까지 무사히 마쳤다.
예찬이 엄마는 아기의 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신생아 중환자실 면회 시간에 매일 마주치는 다른 이른둥이 엄마들과 경험을 나누고 토닥여줬다고 한다. 예찬이 엄마는 "아기 몸무게가 곧 늘어날꺼다", "그 시기쯤에는 이런 검사들을 하게될 것"이라는 등의 말을 건네면서 다른 이른둥이 엄마들과 어려운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
엄마는 유축한 모유를 아빠 손바닥만한 크기로 태어났던 예찬이의 입안에 적셔준 것으로 수유를 시작했다. 삽입된 위관을 통해 예찬이가 모유를 스스로 젖병을 빨아 먹을 수 있도록 했고, 예찬이는 시간이 흘러 작은 젖병을 가득 채운 100ml도 한 번에 비울 수 있게 됐다.
예찬이 엄마는 “병실 면회 시간때마다 의료진들이 아기 상태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힘이 나는 좋은 이야기도 해 주셨다”며 “특히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입원한 아기들을 사랑으로 돌봐주신 덕분에 안심이 됐고, 예찬이 백일 축하도 병실에서 챙겨주시고, 너무 예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주치의인 오문연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처음 태어난 아기가 너무 작아 차마 만지지도 못했던 어머님이 혼자 숨 쉬고 젖병을 잘 빠는 아기를 안고 수유 연습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무사히 잘 자라 주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512g의 초극소미숙아로 태어난 예찬이가 약 5개월 만에 3.68kg로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초기 입원사진.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2024.10.30. [email protected].
최근 만혼으로 인한 고령 임신, 난임 시술 증가에 따른 다태아 임신 증가 등으로 임신 37주가 되기 전 태어나는 미숙아(이른둥이)가 증가하고 있다. 출생 체중이 2.5Kg미만인 저출생 체중아, 1kg 미만인 초극소 미숙아도 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예찬이처럼 성인 손바닥 크기 정도의 초극소 미숙아 중에서도 임신 주수 22주~23주에 불가피하게 태어난 400~500g의 이른둥이를 치료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세계적으로도 드문 다섯쌍둥이 분만을 성공했다. 고위험 임산부와 미숙아 치료를 책임지는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협력해 생명을 살려온 소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다.
또 수익성 없는 신생아 집중 치료를 기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다학제 협진(여러과 간 협진)을 통해 선천성 질환, 미숙아 등 중증 신생아를 집중 치료하는 신생아 중환자실을 확장 운영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다섯쌍둥이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또 다른 산모가 335g의 초극소 미숙아를 분만했다. 소아청소년과 김 솔 교수가 주축이 돼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운영 이후 가장 적은 몸무게로 태어난 이른둥이를 치료하고 있다.
윤영아 신생아중환자실장 교수는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만삭까지 머물며 모든 장기들이 성숙해야 하는데, 불가피하게 일찍 태어난 미숙아는 뇌출혈, 호흡곤란, 심장, 괴사성 장염 등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위험에 노출돼 있어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진들을 믿고 맡겨주시고 같이 인내해 주시는 보호자분들과 눈빛만 교환해도 아기들에게 어떤 게 제일 최선인지 서로 통하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간호팀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손발을 맞추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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