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그기 문화 유네스코 등재…한국의 밥상 지킨 장의 기원은?
삼국사기에 왕실 폐백 물품으로 장 거론
장 만드는법 등 조선시대 산가요록 실려
유네스코 등재로 경제적 파급효과 클 듯
[안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봄기운이 완연한 27일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서일농원 장독대에서 직원들이 항아리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있다. 2024.03.27.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콩을 발효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는 우리나라의 장(醬) 담그기 문화가 지난 2일부터 파라과이의 아순시온에서 열리고 있는 제19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에선 23번째다.
무형유산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장류를 밥과 김치와 함께 한국 식단의 핵심으로 봤다. 장 담그기 문화가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왔으며 이와 관련된 지식과 믿음, 관습 등도 무형유산으로 포함된다는 판단이다.
'장맛이 좋은 집이 복도 많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다'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장 문화는 오랜시간 동안 한국인들의 입맛을 책임졌으며 집안마다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꼽히기도 한다.
집마다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는 장은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장에 대한 첫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처음 나온다. 신문왕이 집권한 시설 왕비를 맞이하면서 납채로 장과 시(豉)를 보냈다는 기록이다.
납채는 신랑집에서 신부집에 혼인을 구하기 위해 보내는 선물을 뜻하는데 왕실의 폐백 물품 중 하나로 장이 거론됐다는 것은 삼국시대에 이미 장을 만드는 기술이 존재했으며 중요하게 여겨졌다고 볼 여지가 많다.
고려사(高麗史)에는 1018년 현종이 백성들에게 소금과 장을 나눠줬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 조선시대 최초의 조리서인 산가요록에는 메주 만드는 법, 장 만드는 법, 장 맛 고치는 법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유추해볼 때 삼국시대 또는 그 이전에 장을 만드는 기술이 나타났으며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로 넘어가면서 만드는 방법이 대중화되고 종류도 다양화됐다고 해석할 여지가 많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8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주민센터에서 장 담그기 유네스코 등재를 기념해 열린 장 만들기 행사에서 화양동 주민자치회원들이 된장과 간장을 분리하는 장 가르기를 하고 있다. 2024.11.18. [email protected]
조선시대에는 장 담그는 방법이 전수되고 지역마다 고유한 레시피와 방법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장이 등장했는데 장 담그기 행위가 공동체의 중요한 문화적 행위로 자리잡은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맛있는 장을 만들기 위하여 길일을 택하고 장에 숯이나 고추를 띄워 나쁜 기운을 막고 장독에도 금줄을 치거나 버선본을 거꾸로 붙여 부정을 방지하는 것을 문화적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도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통장류를 비롯한 우리나라 소스류 수출액은 역대 최대 실적인 3억84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런 상승세가 가파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고추장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고추장 수출액은 2020년 처음으로 5000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지난해 전년대비 17.8% 증가한 6192만 달러를 기록하며 수출액 신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다.
장류와 소스류 수출이 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간편식을 구매해서 소비하는 것이 아닌 해외에서 직접 한식을 만들어 먹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많다.
K-팝과 K-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K-문화가 인기를 끄는 데다 발효음식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늘면서 고추장을 비롯해 된장, 쌈장 등 다양한 우리나라 전통 장류와 불닭, 불고기, 치킨 등 양념소스류의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콘텐츠를 접하는 해외 팬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나라 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고추장의 경우 'Gochujang'이라는 고유 명칭이 국제 식품규격위원회의 세계 규격으로 채택되면서 외국 소스와는 차별화된 K-푸드 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뉴시스] 조수정 기자 = 3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개막한 2023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서울푸드 2023)에서 캐나다 참관객들이 떡볶이를 맛보고 있다. 2023.05.3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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