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켜고 지새운 밤…2024년의 계엄은 달랐다
전날 밤 '비상계엄' 선포…4일 새벽 해제 선언
지상파서 유튜브 생중계…정치인들 라이브도
헌법·계엄법, 대법원 판례 거론하는 영상들도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군 병력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24.1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지난 1979년 사건 이후 45년 만에 선포된 계엄령으로 지난 3일 국가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이튿날인 4일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약 3시간20분 만인 4시25분께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선언했으나, 정치권을 비롯한 나라 곳곳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비상계엄이 내려질 당시 언론 보도 못지않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도 큰 주목을 받았다. 3일 늦은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수십만명이 넘는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계엄 관련 소식을 접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 계엄이 선포되면 군은 우선적으로 방송국을 통제하고 여론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2024년의 계엄은 그 모습이 달랐다. 모든 사람이 연결된 시대에 군사력을 동원해 한 나라의 모든 기능을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시민들은 유튜브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교환했다. 일부는 국회로 달려나가 군의 진입을 막고 스마트폰을 켜 현장 상황을 전했다. 계엄군도 일반 시민과의 대치가 폭력 사태로 확대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계엄이 '실패한 친위 쿠데타'라는 평가를 받게 된 이유다.
한밤 중 충격적인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온라인 상에서 순식간에 계엄을 학습했다. 계엄 선포 이후 상황을 보여주는 생중계,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정치인의 콘텐츠부터 헌법·계엄법 등 법률적 지식을 전달하는 콘텐츠까지 다양한 영상들이 짧은 시간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4일 유튜브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KBS, MBC, SBS 등 지상파의 유튜브 채널에는 매체별로 많게는 7만명에 달하는 실시간 시청자들이 모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 상황과 주변에 모여든 계엄군과 보좌진, 시민들이 대치하거나 얽혀 있는 모습이 주로 영상에 담겼다.
특히 12시간 전 진행한 MBC 실시간 스트리밍의 경우 이날 오전 기준 950만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늦은 시간까지 밤잠을 미루고 영상을 시청하는 이들이 몰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의 모습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 보인다" "MZ 군인들인데 시킨다고 (말을 다) 들을까" 등 반응이 나왔다. 앞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담겼으나, 현장에 투입된 계엄군의 적극적인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듯한 장면을 짚은 대목으로 해석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계엄 사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준 유튜브 플랫폼에 대한 긍정 평가를 하는 일부 누리꾼들도 나타났다.
개인 채널을 통해 관련 상황을 전하는 정치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실시간 국회 상황을 보여주거나,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식이 주를 이뤘다.
일례로 우원식 국회의장은 '우원식 TV' 채널에 '긴급 기자회견'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으며, 국회 본회의 장면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1만820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우 의장의 당시 라이브 방송에는 수만명의 시청자들이 참가했으며, 현재 61만회가 넘게 조회됐다.
아울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담장을 넘어 국회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 등이 담긴 실시간 방송도 약 243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비교적 정치 성향이 짙은 일부 '정치 유튜버'도 저마다 비상계엄에 대한 의견을 보태는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30만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국회 앞으로 나가 현장 상황을 보여주거나, 현재까지 상태를 정리하는 '이슈 유튜버'들의 영상도 잇따랐다.
관련 법령을 설명하는 법조계 콘텐츠들도 등장했다.
법무법인 초월의 대표변호사 중 한 명인 임현서 변호사는 이날 새벽 '변호사가 설명해주는 계엄령'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자신의 채널 '이면서다'에 올려 헌법과 계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문들을 토대로 그 개념 등을 다뤘다.
임 변호사는 "근래 수십년간 계엄 선포가 없다 보니까 계엄법 사건의 경우, 최근 사건들은 전부 재심 사건들"이라며 "이런 근현대사에 비춰 우리 사회도 이번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빠르게 반응하는 것 같다. 계엄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받고 나름대로 평가하실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동영상을 올리게 됐다"고 보탰다.
48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인 이돈호 노바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의 영상에서도 헌법·계엄법 등 규정을 함께 공유하고, 과거 관련 대법원 판례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이 변호사는 "저도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럽다.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며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지금 (변호사)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좀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경찰청장, 계엄사령관 등 군·경찰의 주요 가담자도 내란죄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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