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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 잡기노트]박근혜 대통령, 중국 아리랑 조심하십시오

등록 2013.06.08 18:54:37수정 2016.12.28 07: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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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360>  ‘아리랑’은 대통령과도 떼어놓을 수 없는 노래다. 선거철에는 유세곡이었다. 외국정상에게 들려주는 환영·환송 의전음악이기도 하다. 감상용 예술음악이 아니라 기능음악으로 작용해왔다.  문화부장 reap@newsis.com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360>

 ‘아리랑’은 대통령과도 떼어놓을 수 없는 노래다. 선거철에는 유세곡이었다. 외국정상에게 들려주는 환영·환송 의전음악이기도 하다. 감상용 예술음악이 아니라 기능음악으로 작용해왔다.

 이승만 대통령은 프란체스카 여사를 처음 만났을 때 아리랑을 불러줬다. 1942년 미국 VOA 방송 프로그램 ‘나는 이승만입니다’는 ‘어흐응’하는 호랑이 소리와 애국가 그리고 아리랑을 합성해 시그널뮤직으로 활용했다. 이승만은 또 6·25동란 당시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기념, 맥아더 장군에게 ‘아리랑’ 악보 자수를 선물했다. 이를 계기로 미군은 손수건이나 전역기념 페넌트에 아리랑 악보를 새겨 넣었다. 휴전 후 복구기금 모금차 미국 42개 도시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한미재단 어린이합창단 25명이 아리랑을 부르자 이승만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을 당시 ‘대한뉴스’로 본 이어령 교수는 ‘독재자와 아리랑’이라는 글을 썼다.

 1956년 4월 이한하는 W 캘러웨이 제7사단장은 이승만에게서 아리랑 악보를 받았고, 7사단가는 ‘대검가’에서 아리랑으로 변경됐다. 7사단은 강원 양구 펀치볼 전투에서 한국육군 7사단과 함께 적군과 싸웠다. 이들 미국 군악대 악보에는 미국 국가를 비롯해 ‘아리랑 행진곡’ ‘아리랑’ ‘아리랑 판타지’ 등이 들어 있었다. 아리랑은 그렇게 장송곡으로도 울려 퍼졌다.

 박정희 대통령도 아리랑을 사랑했다. 1960년 6월 아이젠하워 대통령 등 국빈 방한 때 아리랑을 연주, 영접하는 전통을 세웠다. 1961년 11월14일 낮 1시 백악관 케네디 대통령 회담현장에서는 미국 해병대 군악대가 아리랑을 왈츠풍으로 연주했다. 박정희는 1963년 12월 독일의 한인 광부와 간호사들을 만나 휘호 ‘아리랑의 집’을 남기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진도 아리랑의 가사를 바꿔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했다. 2000년 11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축가로 ‘아리 아리랑’을 노래한 조수미는 세계인들을 향해 “아리랑은 평화의 심벌”이라고 말했다. “아리랑을 똑같이 부를 수 있는 민족은 세계에서 한국과 몽골 뿐”이라는 말은 그해 12월 김대중의 몽골 국회연설 첫 마디였다.

 김영삼 대통령은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 1993년 일본 총리 호소카와 모리히로가 왔을 때 비 내리는 경주에는 환영곡 아리랑이 흘렀다. 그러자 일본 신문은 ‘가랑비 속 아리랑으로 환영’이라는 제목으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일제강점기 전주 춘포 호소카와 농장주의 손자인 호소카와 총리를 한국이 잊지 못해 아리랑으로 환영했다고 갖다 붙였다는 사실이다.

 아리랑 권위자 김연갑씨는 “아리랑은 대통령들에 의해서도 한국의 상징으로 국제사회에 전파됐다. 한 나라의 민요가 아리랑만큼 세계 곳곳에 고르게 퍼진 사례는 없는데, 이는 아리랑이 선율 중심의 대중적인 노래일 뿐더러 탁월한 호소력을 속성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가브랜드 전략차원의 접근도 주문했다. “코리아보다 아리랑이 더 세계적이라는 말이 적어도 1980년대까지는 통했다고 볼 때, 유념할 만하다”는 견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리랑을 싫어할 까닭은 없다. 그러나 이달 말 중국에 가서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중국은 호시탐탐 아리랑을 노리고 있다. 장백산(백두산)과 아리랑을 관광자원화하고 있는 자들이다.

 2011년 중국은 조선족의 아리랑을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작년 12월 세계인류무형유산 등재 유네스코 회의에서도 중국은 “아리랑의 명칭을 ‘남한 아리랑’으로 한정해라. 아리랑의 연원은 중국이 더 깊다”고 항의했다고 알려졌다. 북측 역시 “우리는 아리랑 축전을 10여년 해왔는데, 남측은 무엇을 했는가”라고 거들었다고 전해진다. 중국이 박 대통령을 환영한다면서 아리랑을 연주한다면, 현지언론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보도한다면…. 경우의 수를 하나라도 놓쳐서는 안 될 듯하다.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윤구 이사장은 “중국 측의 의전계획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 아리랑 연주 순서가 있다면, 관련문건에 ‘한국의 전통음악’ 또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이라고 명기하라고 요구해 관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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