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미화 학예연구관 "13억 김환기 작품 간떨리게 구입"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신소장품 2013~16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 전시를 찾은 관람객이 미술관 역대 최고가 소장품인 10억짜리 김환기의 새벽 #3을 감상하고 있다. 2017.03.15. [email protected]
김환기 1965년작 '새벽 #3' 미술관 최고가 작품
4년만에 서울관에서 '신소장품'전…121점 공개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김환기 작품 같은 좋은 작품을 수집하려면 70억~80억은 있어야 합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박미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이 이번 신소장품전중 최고가(13억)인 김환기의 새벽을 위해 두대의 조명을 설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13일 개막한 신소장품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18년만에 처음으로 최고가로 구입한 김환기의 1965년작 '새벽 #3'이 걸려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최고가(63억) 작가인 김환기의 작품을 경매장이 아닌 미술관에서 공개됐다는 점에서 화제다. 소수 컬렉터들만 누리는 그림이 아닌, 일반 대중 모두 함께 한국미술 블루칩 작가 '김환기 작품'을 향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더 크다.
【서울=뉴시스】박미화 학예연구원이 국립현대미술관 신소장품전에 나온 조습의 사진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환기의 '새벽 #3'은 미술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박미화 연구관은 "이 작품은 1965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특별전에 한국작가로는 유일하게 초대받아 출품됐었던 작품"이라며 "푸른색의 점화까지 포함되는 작품이어서 더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997년부터 일하기 시작해, 1999년 신소장품전을 기획한 박미화 연구관은 현재 '미술품 소장'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신소장품 2013~16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 전시를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17.03.15. [email protected]
기재부 예산 담당관들을 만나 "국립미술관에 소장품이 1만점이 안되는 미술관이 없다"며 세계 주요미술관들의 자료들 분석해 보여줬고, (피카소 작품 한점만 해도 30억인데)제대로 된 작품을 수집하려면 50억은 있어야 한다"고 설득했다는 박 연구관은 "부산 광주등 비엔날레 현장과 각종 아트페어등에서 작품을 구입하는데 좋은 작품은 사려고 가면 이미 솔드아웃이어서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뮤지엄 프라이스가 있어 작품 선점은 치열하다"며 "지난해 전시했던 윌리암켄트리지 작품 구입하는 것도 6개월 걸렸다. 20% 깎는데 테이트도 30% 안갔다며 협상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신소장품 2013~16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 전시를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17.03.15. [email protected]
박미화 연구관은 "외죽작품 비율이 낮지만 큰 약점은 아니라면서도 세계적인 미술관 수준이 되려면 외국작품이 구성되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 작품은 국내 미술품보다 가격이 월등히 높아요. 그렇다고 유명작가의 숨겨져 있는 작품을 소개할 필요는 없죠. 결국 예산문제인데, 해외 기획전을 유치해서 작품을 수집할 수도 있고,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에요."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 수집은 중장기 및 연간 수집계획을 통해 진행된다. 미술관 내부 학예직과 외부 전문가에 의해 제안된 작품은 가치평가, 가격평가 및 심의회를 거쳐 최종 수집결정이 이루어진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소장품전에 전시된 안창홍의 배드카우치.
지난 4년간의 연도별 수집정책의 주요골자는 2012년까지 수집이 미미했던 부문별 점검과 보강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2013년에는 ‘한국화’ 부문, 2014년에는 '회화, 조각' 부문, 2015년에는 '조각, 뉴미디어' 부문에 집중, 미술사적 의의와 작가별 연구 혹은 기소장품과의 연결성 중심으로 수집했다. 2016년도에는 국내 광주와 부산 비엔날레 등 현장 전시를 통한 수집에 역점을 두어 1970, 80년대 실험미술을 수집했다.
박미화 연구관은 "연도별 수집에 차별성이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희소적인 가치가 높은 근대기 작품은 지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균형감을 중시하고 있다"며 "소장품 누적현황분석을 통해 매해 집중 수집 작품 방향을 결정하는 한편, 특히, 미술사적 의의와 희소가치가 높은 근대작품은 지속적으로 수집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소장품전’은 국내 유명작가 동시대 미술이 한자리에 나와 한국미술 흐름을 한눈에 보여준다. 수집된 작품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과 작품 속에 반영되어 있는 역사적 의미를 살펴볼수 있다. 특히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수집한 작품들은 작가들의 자유롭고 개성적인 표현 영역과 다양한 주제들의 '공존 현상'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근대미술과 전통성을 시간적 흐름’으로 보여주는 제 1전시실을 시작으로, ‘동시대 미술을 다양한 소주제’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4개의 전시실에서 볼수 있다.
소장품을 설명하던 박미화 연구원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닌데"라며 급한 마음을 내비쳤다. "신소장품전을 준비한다고 과천관에서 서울관으로 왔다갔다하느랴 정신이 없었어요. 소장품 수집하러 다녀야 하는데, 요즘 소장품 수집을 못해서 악몽을 꿉니다. 하하하."
박미화 연구관은 2013~2016년까지 총 932점을 수집했다. 이번 전시, 신소장품전은 이 중 121점을 골랐다. 전시 제목 ‘삼라만상(森羅萬象)'은 온 우주의 만물과 모든 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현대미술의 다양함과 작가들의 무한한 표현영역을 포괄하는 의미로 출품작인 강익중의 작품명에서 가져왔다. 전시는 8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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