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아니기를…" 타워크레인 사고 희생자 유가족 '망연자실'
9일 오후 1시11분께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물류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로 숨진 김모(56)씨의 처형(58)은 아직도 현실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
【용인=뉴시스】이정선 기자 = 9일 오후 1시 11분께 경기 용인시 물류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 발생, 해당 크레인이 엿가락처럼 휜 채 넘어져있다. 이번 사고로 작업중이던 근로자 3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2017.12.09. [email protected]
김씨의 처형은 사고 발생 7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8시께 김씨의 아내로부터 사고 소식을 듣고 김씨의 시신이 안치된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김씨는 20여년 이상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을 해왔다. 이날 사고가 난 현장으로는 지난 5일부터 출근했다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
김씨의 전 직장동료는 "10여년 넘게 함께 일하다가 최근에 자리를 옮겨 일주일 가량 쉬다가 지금의 회사로 5일 전에 출근했다"라며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아니겠지'하면서 달려왔다"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사고가 난 현장 출근을 앞둔 김씨는 사고 위험성을 직감했는지, 주변 친지 등에게 '출근하기 싫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처형은 "며칠 전에 의정부에 있는 동생 집에 놀러 갔다가 쉬고 있는 김씨를 보고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사고가 나는데도 일을 무모하게 시켜서 하기 싫다'라고 했다"라며 "일을 쉬던 김씨는 몸이 안 좋은 아내가 일을 하자 돈을 벌기 위해 출근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형은 "며칠 전에도 그렇게 얘기한 걸 보면 회사가 무모하게 일을 시켰던 것으로 생각된다"라며 "동생은 아직도 현실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숨진 김씨는 슬하에 아들(28), 딸(25) 등 자녀 둘을 두고 있다.
한 집안의 듬직한 가장은 이날 아침 아내에게 "다녀오겠다"라고 집을 나선 뒤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사고 소식을 들은 아내는 의정부에서 택시를 타고 수원으로 달려왔다. 직장 생활을 하는 아들과 딸도 부친의 사망 소식에 장례식장에 왔다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어머니를 모시고 경찰서로 이동했다.
포천에 거주하는 김씨의 80대 노모는 아직도 사고 소식을 듣지 못했다. 아들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을까 봐 가족들이 아직 전하지 않은 것이다.
김씨 가족들은 현재 장례식장을 의정부시로 옮길지 논의하고 있다.
이날 사고는 타워크레인을 70여m(13단)에서 80여m(14단)로 올리는 인상작업을 하다가 중간 부분에서 붕괴되면서 발생했다. 70여m 높이에 있던 근로자 7명이 지상으로 추락하면서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합동감식을 하는 등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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