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정 협의체 깨지나…의학회·의대협회 오늘 탈퇴 논의
여의정 협의체서 세 차례 회의 가졌지만
내년도 의대증원 문제 해결 기미 안보여
'국립의대 신설' 약속·비대위 요구도 영향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비공개 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4.11.24. [email protected]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 관련 각종 학회들을 이끄는 대한의학회는 이날 오전 임원 회의를 열고 협의체 참여 중단을 논의한다. 전국 의대 학장들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도 최근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 회의를 열고 학장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협의체가 지난 11일 출범한 후 세 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의료계가 요구해온 내년도 의대 정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협의체를 출범시킨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가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약속하면서 협의체 자체가 무용해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의료계 내부의 비난을 감수하고 협의체 참여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대표는 형식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경북 국립의대 신설 지지 의사까지 밝혔다"면서 "(의료계가)아무런 실익도, 성과도 없는 협의체에 들러리를 섰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내일 오전 임원들이 회의를 가질 예정인데, (협의체에서) 나올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했다.
의대협회도 의대 증원에 반대해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내년도 의대 증원 조정을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협의체 참여 중단을 고심 중이다.
앞서 두 단체는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의대 증원에 반대해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 휴학 승인 ▲2025·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 및 의사정원 추계 기구 입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계획과 로드맵 설정 등을 제시했다. 의대생 휴학 승인은 받아들여졌지만, 의정 갈등의 핵심 쟁점인 내년도 의대 증원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두 단체는 협의체 회의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 축소 방안으로 ▲수시 모집 결원 정시 이월 금지 ▲예비 합격자 정원 축소 ▲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생 선발 제한권 부여 ▲모집 요강 내 선발 인원에 대한 대학 자율권 부여 등을 제안했다. 반면 정부는 입시 혼란과 수험생 피해 등을 이유로 일부 조정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내년 5월께 발표되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협의 가능성만 열어두고 있다.
협의체 참여를 촉구한 한 대표가 지난 26일 국회 토론회에서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밝히면서 두 단체가 정부·여당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된 것도 협의체 참여 중단을 고심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의대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계는 내년도 의대 모집 중지 또는 인원 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한 11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11.11. [email protected]
지난 27일 2차 회의를 가진 의협 비대위는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한의학회와 KAMC가 알리바이용 협의체에서 나올 것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는 '여의정 협의체'로 가장 시급한 민생과제인 의료대란 문제를 풀겠다고 말했고, 2025학년도 정원까지 의제로 올리겠다며 의료계의 참여를 요청했다"면서 "이후 한 대표는 여의정 협의체에는 제대로 참석도 하지 않더니 지난 26일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의료 살리기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병원을 지원하고 충실히 만드는 것이지 의과대학 신설이 아니다"면서 "한 대표의 발언은 여의정 협의체가 '알리바이용 협의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지난 22일 1차 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협의체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부터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비대위가 구성됐으니 무거운 짐을 벗으시고 나오시는 게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협의체에 참여 중인 의료 단체들마저 중도 이탈하게 될 경우 협의체는 출범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앞서 협의체는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 사태 해결의 키를 쥔 전공의와 의대생 등이 빠진 채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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