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거래 유럽기업 제재 예고…고민 깊은 EU
제재 방해·WTO 제소·유로화 신용대출 등 거론
FT 등 "EU-이란 간 무역 지키는 근본 해법 아냐"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란 핵협정 파기를 발표하고 있다. 2019.05.09
볼턴 보좌관은 지난 13일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에 따른 '세컨더리 제재'(제3국 제재) 가능성에 관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유럽은 이를 따르는 게 궁극적으로 자신들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볼 때 이란의 경제 여건은 매우 불안하다. 따라서 (제재의)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우리가 협정을 탈퇴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며 "유럽은 우리가 탈퇴했다는 사실과 엄격한 제재를 시행하기로 한 것에 매우 놀랐다. 이해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될 지 두고보자"고 말했다.
유럽 외교관들과 분석가들은 유럽연합(EU) 소속 28개 회원국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제재를 저지하거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또는 유럽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신용대출을 유로화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은 유럽내 다국적 기업들의 성장이나 유럽과 이란 간 무역을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고 FT는 지적했다.
싱크탱크 카네기 유럽의 이란 정책 전문가 코르넬리우스 아데바는 "그것(미국의 제재)은 단지 이란에 관한 것이나 일부 유럽 기업의 사업 이익 문제가 아니다"면서 "그것은 (미국과 유럽 간)대서양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제재 조치는 정유회사 토탈과 자동차 제조회사 르노 등을 포함해 연간 200억 유로(약 26조원)가 넘는 EU-이란 간 대규모 계약을 위태롭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란의 경제를 심각한 지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노선은 최근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신)에 대한 제재 완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란가 북한에 불법적으로 장비를 판매하고, 이와 관련해 거짓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미 기업들이 향후 7년간 ZTE에 부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 상무부에 지난 13일 ZTE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유럽의 제재 방해나 WTO 제소 등은 지난 1990년대 쿠바, 이란, 리비아와의 무역 및 투자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제재 조치를 막는데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유럽 다국적기업들과 미 금융시스템 간 관계는 현재 더욱 밀접해졌고,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에 특별하고 많은 호의를 베푸는 것을 꺼리고 있다.
EU는 또 유럽 법원이 미국의 결정을 무시하고 유럽 기업들에게 이에 대해 반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으로 제재 방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유럽 기업들은 여전히 미국에서 엄청난 벌금을 내고, 자산이 압류되면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WTO에 제소하는 것도 최종 판단을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많은 이들은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WTO를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WTO에 대해 미국에 "불공정하다"고 수 차례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EU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달러 거래를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은 제재 대상들이 달러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때문에 유럽 외교관들은 달러 금융 규제를 우회하고 이란 관련 사업을 꺼려하는 대형 유럽 민간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로화로 국가신용대출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유럽 관계자는 이란 사업에 필요한 승인과 자본이 확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말하는 것이 "너무 이른 것"이라고 말했지만, 유럽 외교관들은 유럽투자은행(EIB)이 자금 조달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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