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조정안]쟁점⑦경찰에 준 영장이의권에 도리어 반발…"과대포장"
이의 신청 받는 '영장심의위'를 검찰에 설치
"검찰이 꾸린 기구서 경찰 목소리 반영 의문"
외부위원 참가하면 수사 비밀 유지도 어려워
영장 급한데 이의제기하면 타이밍 놓칠 우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합의문 서명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념촬영을 위해 들고 있는 합의문을 박상기(왼쪽 세번째)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바라보고 있다. 2018.06.21. [email protected]
문재인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경찰의 권한이 사뭇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데다 검찰이 경찰의 영장 신청을 기각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가 포함돼서다.
헌법이 고쳐지지 않았을 뿐 사실상 검찰의 영장독점주의가 깨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수사계통의 경찰관 상당수가 심드렁한 반응이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명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따르면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가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위원회는 중립적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경찰은 심의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경찰이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견제할 장치를 얻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표정 관리를 하느라 과대포장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반응의 이유는 위원회가 검찰 내에 꾸려지기 때문이다. 검찰의 주도 하에 인력 구성이 이뤄지는 심의기구에서 경찰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 수 있겠느냐 하는 의구심이다. 경찰은 검사의 부당한 영장불청구를 견제하기 위해 '중립적인' 법원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 경감급 경찰은 "법원에 이의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수사권 조정의 기본적 모토가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라고 보면 검찰에 심의기구를 만드는 것은 힘이 한 쪽으로 쏠린 것"이라며 "검찰과 경찰이 5대5로 참여하는 기구라면 몰라도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빼앗기는 것처럼 액션을 취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공정성을 위해 외부 위원을 심사위원회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문제가 생길 우려가 많다는 지적이다. 비밀 유지가 필수적인 수사의 중간진행단계에서 외부 위원들에게 수사 내용을 다 알리지 않은 채로 판단을 맡기는 것 자체가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의 영장청구 독점권에 제동을 거는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은 고무할 만한 일이지만 실제 수사에서 과연 실효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선서의 한 서장은 "부정부패, 경제사범 수사는 증거의 빠른 확보가 관건인데 영장청구권이 있는 검찰은 빠르게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수사 속도도 빠르지만 경찰은 청구권이 없어 매번 한 박자씩 느리다"며 "검찰이 영장을 기각해서 이의제기를 신청하고 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시간이 더 걸린다면 종전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수사종결권과 관련해서도 경찰은 이미 형사 사건 98%에 대한 수사를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권한이 크게 늘어났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 내부에서 수사현장에 투입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 간 온도 차도 존재한다. 비수사 부서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그간 수직·상하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바뀌는 방향을 두고 경찰의 위상이 높아진 반증이라고 해석하는 반면 수사 부서에서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수사 현장의 한 경찰은 "'경찰의 영장 이의제기권 신설이나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피상적으로 보면 경찰이 얻는 것이 많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얻는 게 무엇인지는 크게 체감이 안 된다"며 "오히려 검찰이 앓는 소리를 하면서 경찰에 대한 견제장치만 늘어나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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