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폭염에 반려견 견주들도 비상…"발바닥 화상까지"
반려견 체온 사람보다 평균 1~2도 가량 높은 상태
피부에 땀샘이 거의 없어 열 외부 방출도 어려워
열사병에 발바닥 화상…숨 헐떡이며 발작 증세도
식욕부진, 기절 등 증상 보일 경우 병원 진찰 필요
【서울=뉴시스】 윤슬기 기자 =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반려견들이 발바닥에 화상을 입거나 열사병 진단을 받고 있다. (사진 = 인스타그램 _poppy_fu 갈무리)
한낮 최고 기온이 38.3도까지 치솟는 등 111년 만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견들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발바닥에 화상을 입어 물집이 생기기도 하고,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지는 등 심하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한 달 간 서울 최고기온이 39도를 돌파하며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찍었고, 밤에도 최고기온이 30.3도를 기록하며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낮과 밤 상관없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람보다 체온이 높은 반려견의 건강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반려견의 경우 평상시 체온은 38~39도로 사람보다 평균 1~2도 가량 높고 사람과 달리 피부에 땀샘이 거의 없어 열을 외부로 방출하기 어렵다. 요즘처럼 폭염이 지속될 경우 반려견은 체온이 급상승해 체온조절이 불가능해지면서 열사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자신의 반려견이 열사병 진단을 받았다고 토로하는 견주들 경험담이 다수 올라와있다. 애견인들이 모인 카페에도 반려견이 급성열사병 진단을 받아 죽었거나 진료를 받은 충격을 적은 글들이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만난 윤정미(48세)씨는 "반려견을 키운 지 15년이 넘었는데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가 발바닥에 화상을 입은 건 강아지를 키운 후로 처음"이라며 "이번 여름은 사람도 이렇게 버티기 힘든데 털까지 있는 강아지들은 얼마나 더울까 싶다"라고 했다.
포메라이온을 키우는 한 견주(‘진*채’)는 자신의 블로그에 "제일 처음 쓰러진 건 7월19일, 두 번째는 7월23일, 세 번째는 7월30일이었다"며 "그늘이었고 잘 뛰어다니길래 괜찮아보였는데 갑자기 뒷다리에 마비가 온 것처럼 쓰러지더니 들어 올려도 중심을 못 잡았다. 잠깐의 산책으로 쓰러진 것 같아 너무 속상했다"고 글을 올렸다.
반려견을 키우는 또 다른 견주(‘_p***y_f*’) 역시 인스타그램에 "1시간~1시간30분 정도 산책을 했는데 걷기 힘들어했다. 물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먹었는데 그러고 나서 토를 했다"고 걱정했다. 그의 반려견은 발바닥에도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서울=뉴시스】 윤슬기 기자 =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반려견들이 다양한 쿨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 좌 = 인스타그램 doong_kong_pool, 사진 우 = 인스타그램 yuni__bbang 갈무리)
경기도 한 쇼핑몰에서 애견용품을 판매하는 채모씨는 "올해 날씨가 정말 더워서 그런지 하루에도 많은 분들이 반려견용 쿨매트 등 쿨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문의한다"며 "이런 구매 수요에 맞춰 쿨 매트 종류를 인조대리석으로 된 것도 구비하는 등 다양한 반려견용 쿨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반려견 전용 쿨매트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했다. 반려견의 발바닥 화상을 방지해줄 신발이나 쿨 조끼의 매출도 각각 7%, 15% 늘었다. 11번가의 경우 지난달 19일부터 1일까지 2주간 팔린 반려견용 쿨 매트와 쿨 대리석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반려견용 선글라스와 이동형 캐리어의 매출은 같은 기간 각각 22%, 24% 늘었다.
전문가들은 열사병은 반려견의 목숨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열사병 증상을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연강 삼송동물병원 원장은 "올해 너무 더우니 집안에서 키우는 애들도 열사병 위험이 있긴 하지만, 일단 밖에서 키우는 반려견들이 좀 더 위험하다"며 "보통 열사병에 걸리면 심부전이 오기 때문에 열사병의 대표적 증상인 식욕부진, 기절, 물을 잘 안마시려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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