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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 "의료기기 이식 부작용으로 10년간 8만3000명 사망"(종합)

등록 2018.11.26 16: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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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 36개국 언론사들과 공동 분석

FDA에 10년간 540만명이 부작용 보고

50만명은 이식물 제거수술 받아

【세인트루이스=AP/뉴시스】의료당국의 느슨한 규제와 의료용품의 안일한 허가 방식 때문에,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부작용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때로는 후유증으로 생명을 잃고 있다. 일부 이식수술에 사용되는 용품들은 적절한 검사 없이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가디언이 26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1월 17일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신장 이식수술을 진행 중인 의사들. 2018.11.26.

【세인트루이스=AP/뉴시스】의료당국의 느슨한 규제와 의료용품의 안일한 허가 방식 때문에,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부작용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때로는 후유증으로 생명을 잃고 있다. 일부 이식수술에 사용되는 용품들은 적절한 검사 없이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가디언이 26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1월 17일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신장 이식수술을 진행 중인 의사들. 2018.11.26.


【서울=뉴시스】 이운호 기자 = 인공심장박동기, 여성용 가슴보형물 등 의료기기 이식의 후유증으로 전 세계에서 10년간 생명을 잃은 환자가 최소 8만 3000명이나 된다는 국제 탐사보도가 나왔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25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일명 '이식 파일(The Implant File)'에서 의료당국의 느슨한 규제와 의료용품의 안일한 허가 방식 때문에,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부작용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때로는 후유증으로 생명을 잃고 있다고 폭로했다.  일부 이식수술에 사용되는 용품들은 적절한 검사 없이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전 세계 연간 4000억 달러 (약 452조 원) 규모의 이식 수술 시장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36개국 59개 언론사 252명의 기자들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뉴스타파가 참여했다. 

ICIJ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제공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540만 명의 이식수술환자들이 부작용을 보고했다. 이들 중 170만 명의 환자들은 이식수술 후 신체적 손상을 겪었고, 50만명이 이식물 제거수술을 받았다. 약 8만3000 명은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자료를 분석한 ICIJ는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비리 및 사기 혐의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2008년부터 10년간 최소 16억 달러(약 1조8000억 원)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제조사들의 로비와는 별개로, 다수의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주요 국가들의 인증 제도를 그 기준으로 삼고 의료기기를 전혀 통제하고 있지 않다. 마드리스 톰스 전 FDA 연구원은 “시장에 나와 있는 의료기구 중 95%는 임상실험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서울=뉴시스】인공심장박동기, 여성용 가슴보형물 등 의료기기의 후유증으로 전 세계에서 10년간 생명을 잃은 환자가 무려 8만 3000명이나 된다는 국제 탐사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미국 텍사즈 주 어빙에서 2006년 12월 촬영된 실리콘 겔로 만들어진 여성용 가슴보형물. 2018.11.26

【서울=뉴시스】인공심장박동기, 여성용 가슴보형물 등 의료기기의 후유증으로 전 세계에서 10년간 생명을 잃은 환자가 무려 8만 3000명이나 된다는 국제 탐사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미국 텍사즈 주 어빙에서 2006년 12월 촬영된 실리콘 겔로 만들어진 여성용 가슴보형물. 2018.11.26

실제로 둔부용 인공보형물과 이식용 피임용품은 임상실험 없이 병원에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공심장 제조업체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채 환자들 몸에 이식될 제품을 병원에 공급했다. 보건당국은 척수디스크용 인공보철물이 분리되거나 위치에서 이탈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알고도 제품을 허가했다. 

미국 존슨앤존슨(J&J)이 제작한 둔부용 인공보형물의 경우 제조사가 부작용을 인정하고 시장에서 제품을 걷어들일 때까지 50만 명 이상의 환자들의 몸속에 삽입되었다. 해당 제품의 부작용으로는 시력약화와 불규칙한 심장박동 등이 있었다.

세인트쥬드메디컬 사가 제작한 심장박동기는 배터리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증명됐다. 이 제품은 전 세계 35만여 명 환자들에게 이식되었고, 제조사는 2016년 마침내 이 의료기기의 리콜을 결정했다.  

외과전공의들은 분명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이식수술의 위험성을 환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ICIJ는 의사와 제조사들이 부작용에 대해 전혀 보고하지 않거나, 보고한 경우에도 공개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의 보건당국들 역시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정보를 수집하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들이 제품의 문제점을 발견한 이후에도, 필요한 정보를 환자는 물론 의사에게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수술을 받기 전 자신의 몸에 이식될 의료품에 대한 정보 확인이 어려워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없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 세계의 환자들이 합병증을 비롯한 여타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국왕립의과대학원의 데릭 앨더슨 교수는 ‘규제의 급박한 변화를 요구하는 사례들은’ 충분히 있다며 이식용 의료기기의 허가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앨더슨 교수는 “의약품과는 달리, 외과에서 소개되는 혁신적인 제품들은 임상실험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느슨한 규제가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의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식 의류기기의 인·허가 방식과 수술 이후 추적관리가 터무니 없이 허술하다는 것이다.   

한편 뉴스타파는 26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사에서, 윤일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국내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52개 품목 가운데 25개 품목 40만 4000여 건이 의료기관에 납품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한 해 평균 10만 건 가량이다.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란 1년 이상 인체에 심어져 있는 이식형 의료기기를 말한다.

이 기간 동안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부작용 신고는 4884건이 접수됐다. 연 평균 1300건 정도다. 이 가운데 실리콘겔 인공유방 관련 부작용 신고가 4324건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의료마케팅 학과 아드리앤 퍼기-버먼 교수는 먹는 약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그냥 휴지통에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이식된 의료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는 환자는 저질의 상품을 평생 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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