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일부 셧다운, 최소한 27일까지 계속될 전망
【워싱턴=AP/뉴시스】 21일 자정(미국시간)을 기해 미 연방정부 일부 부처의 기능이 정지된 셧다운이 시작됐다. 사진은 셧다운 시작 6시간 후인 22일 새벽의 워싱턴 연방 의사당 모습. 2018. 12. 23.
22일 오후 상원 다수당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원내대표는 "27일(목) 오후4시까지 의사일정이 없다"는 말과 함께 의원들에게 크리스마스 휴가'령'을 내렸다.
앞서 미 하원은 20일(목)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용 50억 달러가 포함된 일부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연말 휴가에 들어가버렸다. 홀로 남은 상원이 야당 민주당의 반대로 안 상정에 실패하자 21일 자정(한국시간 22일 오후2시)를 기해 정부 일부 셧다운(폐쇄, 기능정지)이 즉각 '가동'됐다.
10월1일부터 시작되는 2019 회계년도 미 연방 예산 중 의회가 임의 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 예산은 모두 1조3000억 달러(1400조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국방부 7000억 달러 등 1조 달러는 상하원을 통과해 정상 운용중이다. 그러나 15개 부처 중 국무, 국토안전, 법무 등 9개 부처의 3000억 달러 예산은 합의가 9월30일까지 안 돼 일단 12월21일까지 10주짜리 임시지출 허용법안으로 지탱해왔다.
본래 지난 주 초까지 상하원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나머지 3000억 달러, 9개부처의 정상 예산안을 시한인 금요일 자정까지 통과시키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가졌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보수 지지층을 대변하는 폭스 뉴스 등으로부터 선거 공약인 멕시코 장벽 예산을 2018년 회계년도는 물론 2019 회계년도에도 확정 받지 못한 점을 강하게 지적 비판 당하자 돌변해 셧다운 소동이 벌어졌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참패해 내년 1월3일 부로 소수당으로 전락하는 공화당 하원은 트럼프 측근 의원들의 독려로 현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며칠 전까지 없었던 멕시코 장벽예산 50억 달러를 3000억 달러 9개부처 예산에 집어넣어 통과시키고 워싱턴을 떠났다. 이 하원 안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60석의 찬성이 필요하나 공화당은 51석에 그친다.
단 상원 다수당 공화당이 의사진행 '핵 옵션'을 발동하면 의사진행 방해의 필리버스터 중지를 60석 아닌 50석으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매코넬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촉구에도 이번에는 이것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트럼프를 실망시켰다.
지난 2016년 상원 다수당 탈환과 동시에 자신이 주도해 성사시킨 '대법원판사 인준안의 필리버스터 배제, 단순 50석 과반 찬성'의 핵옵션 사용과 이번 멕시코 50억 달러 예산은 '격'이 틀리다는 것이다. 이 대법관 핵옵션 덕에 공화당은 닐 고서치 및 브렛 캐버노 두 판사를 단 52표로 대법원에 밀어넣을 수 있었다.
트럼프는 대통령선거 유세 때부터 남쪽 히스패닉의 불법 이민 물결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2000㎞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울 것을 공약하고 그것도 멕시코 비용으로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멕시코가 이를 부담할 리 없고 트럼프는 장벽 건설 비용을 예산안에 집어넣고자 애썼으나 지난해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멕시코 장벽 건설 총비용은 최소한 250억 달러(28조원)가 들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예산이나 이번주 초 하원 첫 예산에는 장벽과는 상관없는 평상적 국경보안 관련 예산 13억 달러만 들어있었다. 트럼프의 강권으로 늦게 하원 예산안에 들어간 50억 달러는 장벽 총 비용의 5분의 1 정도이다. 내년 하원을 장악하는 민주당은 일단 장벽 예산이 일부분이라도 들어가면 총액 부담을 막을 수 없다며 초장에 이를 봉쇄시킨다는 방침이다.
연방 정부 기능정지는 지연된 2018 회계년도 예산을 놓고 지난해 말과 올 초 3번이나 발생했으나 모두 몇 시간에 그쳤다.
이번 셧다운은 트럼프와 민주당의 대치 상황으로 봐서 1995년 말 빌 클린턴 대통령 때의 21일,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의 16일에 버금가는 상당한 장기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전이라 하더라도 미 정부의 셧다운은 예전의 21일간, 16일간의 정지 상황이나 해제 후 사태를 보면 정부 운영 및 국가 기능에 큰 문제가 없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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