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렌더링'방식 소 살처분… 농민 " '재앙' 닥쳤다"
안성 구제역 농가 현장엔 뿌연 연기만 가득
평소에 울리던 소 울음소리 오간대 없어
젖소 95마리 살처분… 주변 긴급 방역
【안성=뉴시스】 정숭환 기자 = 29일 올 겨울 첫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한 젖소 농가 주변으로 쳐진 출입금지선. 2019.01.29 [email protected]
【안성=뉴시스】 정숭환 조성필 기자 = 29일 오전 9시께 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한 축산농가로 들어서는 길목.
동네 사람들은 물론 차량들의 출입을 막는 흰색 통제선이 접근을 막고 있었다.
이번 겨울들어 전국 첫 구제역 확진으로 95마리의 젖소를 살처분한 농가 주변에서는 방역복을 입은 방역 관계자들이 오전부터 부지런히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곳으로 통하는 주변 도로는 이미 생석회가 햐얗게 뿌려졌고, 소독차량이 주변 도로를 오가며 긴급방역을 벌이는 모습이 시골 동네 풍경을 을씨년스럽게 바꾸어 놓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주변은 접근을 막고 있다"며 "사람과 차량은 물론 주변지역의 가축 이동도 모두 제한됐다"고 말했다.
평소 오전이면 축산농장에서 약 100여m 떨어진 입구에서도 젖소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중장비 소리만 가득 찼다.
인근 논에서는 소독을 위해 건초가 불에 타고 있었다. 이곳 상황을 대신 전달이라도 해 주듯 메케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번지고 있었다.
구제역이 발생한 이 농가는 젖소 95마리를 키어왔다. 하루 착유량이 1.4t 정도 됐다.
젖소에 이상징후가 발견된 건 28일 오전 9시께. 20마리의 젖소가 침 흘림과 수포 등의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이자 농장주 이모(57)씨는 9시54분께 시청에 신고했다.
농가로부터 신고를 받은 안성시는 오전 11시께 간이 키트 검사를 시행했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이 후 정밀조사가 이뤄지고 오후 7시께 확진 판정이 내려진 뒤 이 농가는 올 겨울 첫 구제역 발생지가 됐다.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지자 축사 안에서는 렌더링방식으로 24시간내 젖소 95마리의 긴급 살처분이 시작됐다.
렌더링은 가축 사체를 고온멸균 처리한 뒤 기름 성분을 짜내 재활용하고 잔존물은 퇴비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방역 관계자는 "멀쩡해 보이던 소들을 허무하게 살처분되는 걸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안성=뉴시스】 정숭환 기자 =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안성시의 한 젖소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2019.01.29 [email protected]
시는 현재 구제역 발생농가 500m 안 농가 11곳에서 키우는 소와 염소 991마리에 대한 긴급 예방접종을 마치고, 3㎞ 이내 농가 86곳에 대해서는 정밀 예찰을 진행하고 있다.
방역 관계자는 "주변 농가에서는 아직 구제역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전화예찰과 소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구제역은 발굽이 2개인 소·염소·돼지 등이 걸리는 급성 전염병이다. 입과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긴다. 잠복기가 14일에 달한다.
치사율은 최대 55%에 이르는데, 공기를 타고 호흡기로 감염돼 전염성이 강하다.
방역 당국은 구제역 발생 농가의 가축을 모두 살처분한다. 그래서 농가에선 구제역을 '재앙'이라고 한다.
지난해 3~4월에는 경기 김포의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모두 1만9000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축산정책과 홍봉기 수의방역팀장은 "구제역이 다른 농가와 지역에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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