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현대 3세, 마약 은어 보니…수사관들 "처음 듣는 종류"
구매 대행 20대, 텔레그램 등에서 은어 5~6개
"전부 대마 종류" 진술…마약 수사관 "처음 들어"
모두 다른 대마라면 거래한 범위 넓었을 수도
【인천=뉴시스】홍효식 기자 = SK그룹을 창업한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인 최영근(32)씨가 마약 구매 혐의로 체포돼 지난 1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들어서고 있다. 2019.04.01. [email protected]
5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지난 2월말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된 이모(27)씨는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에서 '○○○○ ○○○○ 쿠키', '구○○', '고○○', '초○○' '민○' 등의 용어를 쓰며 대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이 은어들이 모두 대마 종류를 의미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뉴시스가 문의한 복수의 마약 담당 수사관들은 이 중 대부분이 모르는 용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경찰 관계자는 "○○○○ ○○○○ 쿠키와 초○○는 어느 정도 알려진 대마 종류가 맞다. 그런데 나머지는 처음 들어본다"며 "그것들이 신종 대마일 수도 있고, 거래하는 사람들끼리 쓰는 이름만 바뀐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를 통해 대마를 산 구매자가 추가로 더 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경찰에서 자신이 대마를 대신 구매해 준 건 SK그룹 3세 최영근(32)씨와 현대그룹 3세 정모(30)씨뿐이라고 밝혔지만, 만약 이씨 카카오톡 등에서 나온 용어들이 모두 다른 종류의 대마일 경우 그만큼 거래 범위가 넓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와 최씨의 대마 혐의는 이씨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 최씨와 정씨의 대마 구매를 대행해주고 함께 흡연도 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씨와 최씨가 대마 구매 의사를 밝힌 뒤 돈을 보내면, 그 돈을 비트코인으로 바꾼 뒤 SNS 등을 통해 알게 된 판매자나 특정 사이트를 통해 각종 대마를 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조사에서 정씨와 최씨가 서로 아는 사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지난해 3~5월 이씨에게 돈을 건네 대마 등을 구입했고, 15차례 이상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지난 1일 긴급체포된 후 3일 구속됐다. 최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최씨는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 첫째 아들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의 외아들이다. SK그룹 창업주의 장손인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5촌 조카와 당숙 사이다.
정씨는 지난해 3~5월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를 통해 고농축 액상 대마와 쿠키 형태의 고농도 대마 등을 수차례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급책 이씨와 함께 이씨의 주거지, 자신의 차량 등에서 함께 대마를 피운 혐의도 있다. 정씨는 고 정주영 회장 슬하 9남매 중 1명의 아들로, 고 정 회장의 손자다.
뉴시스 취재 결과 정씨는 지난 2월20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영국 런던행 항공기에 탑승한 후 한달여 이상 귀국하지 않고 있다. 런던 도착 후 정씨의 행적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씨의 해외 도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생활 기반이 모두 국내에 있는만큼 결국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씨 측에 지난 3일 출석요구서를 전달한 상황이다. 경찰 출석 요구에 대한 정씨 측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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