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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에서 '재개' 국면으로 넘어간 북핵 정세

등록 2019.04.12 10: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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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방미 통해 '촉진자' 역할 다져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위원장 '존경' 표명

북한도 '핵 대신 경제집중' 전략노선 재확인

【워싱턴(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9.04.12.  pak7130@newsis.com

【워싱턴(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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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한미정상회담과 북한의 주요 정치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로써 지난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안개 속에 머물러온 북한 핵협상의 방향을 짚어볼 수 있게 됐다.

우선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로써 문대통령은 교착상태인 북미 핵협상을 다시 궤도에 올리기 위한 '북핵협상 촉진자'로서 활동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한미정상회담은 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뒤 줄곧 제기돼온 한미관계 긴장설을 일단 진정시키는데 성공했다. 동맹의 든든함을 재확인하는 한편 하노이 회담 결렬이 북핵협상 파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존경'한다고 말해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토대를 다지기도 했다.     

특히 문대통령은 이번에 이례적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을 별도로 만나서 자신의 입장을 개진했다. 공식방문 중에 이처럼 방문국 참모들을 별도로 만나는 일은 이례적이다.

또 이들을 접견하는 자리에 미국 측은 백악관 안보보좌관실 실무 책임자급들까지 대거 배석하는 등 문대통령의 입장을 집중적으로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의전 형식상 전례가 드문 일이다. 그만큼 미측의 북핵협상 담당자들이 핵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해나가는데 있어 문대통령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블레어하우스)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04.11.  pak7130@newsis.com

【워싱턴(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블레어하우스)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04.11. [email protected]


문대통령 역시 자신의 의중과 구상을 정확히 미측에 알리기 위해 의전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개방적 자세를 보였다. 적어도 앞으로 상당기간 펜스 부통령, 폼페이오 장관, 볼턴 보좌관 등 대북 강경파 미국 참모들은 '넘치는 성의를 보여준' 문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로써 문대통령은 북미 핵협상 교착을 풀기위한 '촉진자' 내지 '중재자'의 위치를 확고히 다졌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1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기본 취지와 당의 입장을 밝히며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하여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9.04.1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1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기본 취지와 당의 입장을 밝히며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하여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9.04.11.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한편 하노이 회담 결렬로 충격을 받은 북한도 향후 대미, 대남 정책의 가닥을 다시 정리했다. 서해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을 긴장시켰던 북한은 1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4월 공표한 '새로운 전략노선'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전략노선은 기존의 '핵과 경제 병진노선' 대신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는 대신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제건설을 위해선 북한 경제의 목줄을 조이는 제재를 푸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은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자진 폭파하고 서해 로켓 발사장을 폐쇄하는 등의 선제조치를 취한 뒤 미국과 핵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런데 핵협상이 북한이 바라는 만큼 진전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전략노선'을 재확인하고 나섰다. 하노이 회담 결렬 뒤 빠르게 서해 로켓 발사장을 복구함으로써 분노를 표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화를 삭이고 다시 자세를 가다듬은 것이다.

다만 핵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력갱생'에 의존해 경제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대내적으로 느슨해지지 않도록 단도리한 대목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9일의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매우 강경한 어조로 당간부들을 질책했다. 다음날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당의 주요 인물을 대폭 물갈이하는 인선을 결정하고 11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무위원회와 최고인민위원회, 내각의 큰 폭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내각 총리가 교체됐다.

정작 본인은 헌법 개정을 통해 명실상부한 국가수반에 등극했다. 헌법개정을 통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담당하던 대외적 국가 수반 역할을 자신이 맡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새로 선출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겸임함으로써 국무위원회 직책이 없던 전임 김영남 상임위원장에 비해 지위가 '격하'됐다. 노동당 안의 당이라는 조직지도부의 수장 자리도 내놓았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거치면서 친정 체제를 한층 강화했다.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단상에 단독으로 올라 당의 전략적 입장을 역설하는 장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전원회의 때는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단상에 함께 앉아 있었다.

또 김위원장은 미국과 협상을 담당해온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또는 위원으로 포함시켰다. 이는 국무위원회가 앞으로도 대미 협상을 전적으로 관장할 것이며 동시에 김위원장이 미국과 정상회담에 다시 나서게 될 상황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 핵협상 재개를 위한 입장 정리를 모두 마쳤다.

이에 따라 북미 핵협상은 '결렬 뒤 교착 국면'에서 '교착을 풀고 재개를 모색하는 국면'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새 국면의 시동자는 당연히 문대통령이다. 문대통령은 조만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이미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해 4월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전후해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대통령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자는 참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해 로켓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긴장한 참모들이 특사 파견을 건의했지만 문대통령은 김위원장이 판을 깨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 듯하다. 3차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김위원장과 여러차례 '밀담'을 나누면서 가지게 된 '인간적 신뢰'가 바탕이 됐을 것이다.

문대통령은 북한의 내부 정치일정이 마무리되면서 김위원장이 대남, 대미 전략을 재정비하기를 기다렸다.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다음날 열리도록 일정이 잡힌 것도 문대통령이 김위원장이 홧김에 파국으로 치닫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문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가장 큰 걸림돌은 핵문제 해법을 두고 북미간 견해차가 여전히 커서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문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현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빅딜'을 논의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또 한국이 절충하는 단계적 해법에 대해서는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도 그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 역시 지난달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하노이에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밝힌 이후 새로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10일의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수십차례 강조한 것은 핵협상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대통령이 김위원장을 설득하는데 따라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한발 다가서는 쪽으로 입장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문대통령이 나설 여지도 없을 것이다.

문대통령으로선 나름의 카드를 준비했을 것이다. 남북관계에 '창의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을 야당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부대변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연철 장관으로 교체한 것도 문대통령의 카드 중 하나일 것이다.

바야흐로 문대통령의 카드들이 펼쳐짐에 따라 전개되는 한반도 정세 변화를 주목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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