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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파국]K팝이 주도하는 한류, 아직 이상무···선동여론은 조심

등록 2019.08.03 0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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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시민들이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 관련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19.08.0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시민들이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 관련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19.08.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본이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처리를 강행한 것과 관련, 한류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년과 올해 점화된 '제3의 한류'의 중심축인 일본의 K팝 음반·콘서트 시장이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한류업계는 이번 일본의 조치가 현지 K팝 시장을 단번에 흔들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팝스타의 콘서트가 잇따라 예정돼 있고 매진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당장 3~5일 일본 도쿄돔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브랜드 콘서트 'SM타운 라이브 2019 인 도쿄'가 펼쳐진다. '동방신기' '엑소' '슈퍼주니어' '레드벨벳' 'NCT' 등 한류를 대표하는 SM 소속 그룹들이 총출동한다.
 
그룹 '위너'는 일본 투어를 성황리에 돌고 있고 한·일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은 이달 21일부터 일본 4개 도시를 순회한다. 그룹 '블랙핑크'의 연말 돔 투어도 예정됐다. 아직까지 예정된 콘서트에서 이상 기류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 내 한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로도 암운이 드리웠었다. 일부에서 반한·혐한 기류도 생겼다. 신오쿠보에 현지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을 정도다.

방탄소년단 일본 오사카 콘서트

방탄소년단 일본 오사카 콘서트

하지만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를 중심으로 신한류로 명명된 3차 한류가 다시 물꼬를 텄다.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무력화, 대법원의 강제 징용자에 대한 일본기업 배상책임 판결 등으로 양국간 외교관계가 최악이라고 하지만, 반한과 혐한이 조성된 예전과 달리 일본인들은 문화적인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현재 K팝 팬덤은 정치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10, 20대 중심으로 구축이 됐기 때문이다.

일본을 자주 오가는 한류 기획사 관계자는 "1차 한류를 주로 소비한 중장년층은 정치, 경제에 민감했지만 3차 한류를 주로 소비하는 젊은 일본인들은 한일간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음악뿐 아니라 핫도그, 치즈 닭갈비, 화장품 등 한국문화에 익숙해져 있어 최근의 상황에도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10, 20대 중에서는 한국 연예인이 아닌, 한국 문화 자체를 즐기는 이들도 늘어났다. 치즈닭갈비에 이어 치즈핫도그가 상륙하면서 난리가 났다. 한국식 치킨은 여전히 인기여서 굽는 치킨을 파는 한국 프랜차이즈 치킨집은 연일 성황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요식업자인 백종원씨의 가게를 비롯, 한국 프랜차이즈도 여럿 진출했다.

3차 한류 붐은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한국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으로까지 번졌다. 'K뷰티'로 명명되는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이 점차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17년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은 약 2억3000만달러(2709억원)으로 전년보다 20%포인트 이상 늘었다.

일상까지 파고든 한류가 정치적인 이유로 쉽게 사그라들 것이라고 보지 않는 이유다.  

도쿄 신오쿠보 거리

도쿄 신오쿠보 거리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당시 문화관광부를 통해 일본 문화 1차 개방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한국 문화계는 긴장했다. 일본문화가 개방이 되지 않았음에도, 영향력은 꽤 뿌리가 깊었기 때문이다. 만화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J팝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일본 록 밴드 'X-재팬'과 '안전지대', 일본 아이돌 보이그룹 '스마프', 걸그룹 '스피드'와 '모닝구 무스메'의 인기는 소셜 미디어 없이도 대단했다. 한편에서는 일본의 문화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공포마저 느꼈다.

하지만 일본 대중문화 개방 20년을 넘긴 현재, K팝이 선봉이 된 한국 문화의 일본 내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K팝을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K팝 문화를 체험하려는 이들도 증가했다. 신오쿠보 거리 인근의 신주쿠 햐쿠닝초 건물 지하 연습실에는 K팝 댄스 아카데미가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작년 방탄소년단 지민 티셔츠의 전례에서 보듯 현지 우익의 여론몰이는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형 기획사 관계자는 "악의적이고 잘못된 정보라도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퍼져나가면, 큰 타격까지는 아니더라도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봤다.

한류가 한일관계 위기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본에 유학 중인 가요 관계자는 "한류 덕에 한국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았다는 이들이 꽤 된다"면서 "한일교류의 미담 사례를 확산해 정치 갈등에 기인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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