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팍 악몽 떨친 양현종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 했더니 좋은 결과"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말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양현종은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동안 3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1회말 김헌곤에 선제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깔끔한 투구였다. 삼진 3개를 잡았고, 볼넷은 1개만 허용했다. 최고 시속 150㎞의 직구에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삼성 타선을 요리했다.
양현종은 이날 호투로 시즌 13승째(8패)를 수확해 다승 부문 단독 4위를 달렸다. 또 KIA의 4연승도 이끌었다.
의미있는 호투였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의 악몽을 완전히 털어냈다.
양현종은 2016년 개장한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만 서면 작아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 구장에서 개인 통산 5경기에 선발 등판했는데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모두 패전의 멍에를 썼다. 평균자책점은 10.48에 달했다.
올해에도 부진은 이어졌다. 지난 4월4일 삼성과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양현종은 2이닝 동안 홈런 한 방을 포함해 9개의 안타를 얻어맞고 무려 7점을 내줬다.
이날도 양현종은 1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김헌곤에 4구째 체인지업을 공략당해 왼쪽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포를 헌납,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타선이 곧바로 동점을 만들어줬고, 양현종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2, 3회말을 모두 삼자범퇴로 끝내는 등 별다른 위기없이 쾌투를 이어갔다.
완봉승 후유증도, 공에 맞아 부은 왼손도 양현종을 막지는 못했다.
양현종은 지난 4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에서 9이닝 동안 2개의 안타만을 내주고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완봉승을 거둔 뒤 부진한 경우가 종종 있지만, 양현종에게는 무의미했다.
양현종은 전날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하다 타구에 맞아 왼손이 퉁퉁 부었다. 코치진은 양현종의 등판 일정을 조정하는 것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다른 투수들의 선발 등판 일정이 꼬일 것을 우려해 등판을 강행했다.
양현종은 "연승 분위기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했다. 라팍에서 너무 좋지 않아서 연승이 끊어지면 어쩌나 하는 부담도 있었는데 잘 막아서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1회말 허용한 홈런에 대해서는 "타자가 잘 쳤고, 1회에 체인지업이 내가 원하는 쪽으로 가지 않았다. 2회부터는 그런 실투가 나오지 않게 집중했다"며 "체인지업만큼은 신경썼다. 그래서 범타도 많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팍에서 좋지 않았던 이유를 모르겠다. 원인을 좀 알려달라"더니 "이곳이 처음 지어졌을 때 야구장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또 우리 팀 홈구장과 비슷해 적응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며 "하지만 나갈 때마다 패전이 되다보니 다음 등판 때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경기가 있으면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호투로 마음의 짐을 덜게 된 양현종은 "오늘만큼은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 부분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완봉승 후유증도 없었다'는 말에 양현종은 "지난 경기도 한 경기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투구수도 많지 않았다. 제 페이스대로 던지려고 노력했다"며 "지난 경기에 완봉했으니 잘 던져야겠다는 마음보다 연승 기간 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임무만 하고 내려오자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양현종의 투구수는 94개에 불과했다. 7회까지 욕심을 내볼 만 했지만, 손도 부어있는데다 중간 계투진에 대한 믿음이 있어 홀가분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양현종은 "손 부상 때문에 감독님, 코치님이 관리해주신 것 같다. 중간 투수들도 요즘 잘 던져서 믿고 개운하게 내려왔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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