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무협상 대표' 김명길 공식화…볼턴 경질에 '해빙 무드'
북미 실무협상 재개 임박한 분위기
北 "단계적으로 푸는 게 최상의 선택"
美 내놓을 단계적 상응조치 카드 주목
"핵 동결, 영변 폐기에 체제안전 보장"
"결국 사찰과 검증 문제 쟁점 될 전망"
【서울=뉴시스】 지난 2월 26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나오며 김명길(오른쪽)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2019.07.04.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북한은 20일 또다시 대미 유화 메시지를 냈다. 지난 16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 담화에서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좋은 만남으로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지 나흘 만이다.
이번 담화는 김명길 외무성 순회국장 명의로 발표됐다. 김 대사는 그간 북미 실무협상의 새로운 북측 대표로 가장 유력하게 점쳐졌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 담화에서 "조미 실무협상 우리측 수석대표로서"라고 밝히며 대미 협상 준비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알렸다.
김 대사는 이번 담화에 실무협상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시작될 거라는 예측에 무게를 더하는 표현들이 적지 않게 담았다. 그는 "낡아빠진 틀에 매달려 모든 것을 대하던 말썽꾼이 미 행정부 내에서 사라진 것만큼 이제는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미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방식의 '리비아식 비핵화'를 주창해온 볼턴 전 보좌관을 경질함에 따라 대북 협상에 예전보다는 유연하게 임할 거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지난 6일 미시간대 강연에서 '적대 정책' 극복에 협력할 것이며, 새로운 관계 설립을 위한 '중대 조치'에 신속하게 합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문제 고민을 담은 '새로운 계산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22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면담을 위해 도착,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 대사는 담화에서 향후 협상 전망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어떤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지 그 내용을 나로서는 다 알 수 없지만, 조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이제 진행될 조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단계적-동시행동적 비핵화' 원칙하에 제도 안전과 발전을 담보할 상응조치를 요구할 거라는 전망이다. 북한의 이러한 요구는 지난해 6월 채택된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새로운 관계 설립 노력 ▲지속·안정적 평화체제 구축 노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의 조항에 기초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현시점에서 합의 가능한 수준에서 한 단계 수준의 합의를 통해 양쪽이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며 "초기 협상에서 북미가 합의 가능한 수준의 최대치는 핵미사일 생산·제조 동결과 영변 핵시설 폐기 정도가 될 것이고, 이에 대해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것이 상응조치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하노이 노딜'에 원인을 제공했던 빅딜보다는 스몰딜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홍 실장은 이어 "군사적인 부분에서는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성격 변화, 전략자산 전개 조건부 중단, 불가침 확약 등이 있을 것"이라며 "그리고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문제 등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북한의 핵 동결 조치에 대한 등가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다만 "동결을 어떻게 확인할 건지, 결국은 사찰과 검증 문제가 포함될 수밖에 없고, 영변 이외의 시설을 추가적으로 넣을지 말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안의 복잡성 때문에 새롭게 시작되는 북미 실무협상이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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