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도 감정노동자···"악플 금지법 만들자"
설리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각박한 한국 사회에서도 더 치열하게 감정을 소비하는 연예인들의 심리적인 상황은 극단을 오간다. 우울증이 극심해지는 것이다. 중견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은 감정 노동자다. 감정 소진이 심한 직업"이라고 했다.
바쁜 스케줄에 좇기다 보니까 이런 감정 소진을 충전할 기회나 만남이 부족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다. 바쁘다보니까 고립되는 경우도 많다.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연예인들에게 가하는 대중의 폭력성도 연예인들을 고립시키는데 한몫한다. 특히 인터넷에서 집단으로 연예인들을 매도하는 한국에서 그러한 경향이 짙다.
미국의 연예 미디어 버라이어티는 과거 아이돌 멤버의 사망 소식을 다루며 "한국의 연예인들은 악명 높은 중압감에 시달린다. 터무니없는 수준의 행동 규범을 요구받고 소셜미디어 댓글 등을 통해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중견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심리적 고통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전문가와 만남 등을 주기적으로 만들고 싶지만, 바쁜 스케줄 탓에 무리"라면서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는 자체를 꺼려하는 연예인들도 상당수다. 상담을 받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라는 걸 인식시키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평소 개성이 강한 설리는 네티즌들의 심한 악플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 2014년 한 래퍼와 열애설 등이 알려진 직후 악성 댓글과 갖은 루머로 고통을 호소하다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2015년 팀을 자퇴하고 연기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가십으로 대하는 네티즌에 맞서며 여러 차례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장식했다. "가시밭길이더라도 자주적 사고를 하는 이의 길을 가십시오. 비판과 논란에 맞서서 당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십시오"라고 악플을 다는 네티즌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여성의 속옷 착용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네티즌들에게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다. 어울리면 하는 것이고, 어울리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스타들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악플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속마음을 밝히는 JTBC2 예능 프로그램 '악플의 밤' MC로 출연, 솔직한 심경을 몇 차례 털어놓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 첫 방송에서 자신을 어떻게 봐주면 좋겠냐는 물음에 "저를 보면 재미가 있지 않을까. 그냥 재미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설리가 한달 전에 손글씨로 쓴 편지가 퍼지며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설리는 이 편지에 "여러분께 따뜻함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적었다.
한류 관계자는 대중이 연예인도 정서적으로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이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연예인들 역시 평범한 사람이다. 정서적인 면에서는 더 예민하고 취약하다. 비난의 댓글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연예인들의 감정이 더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설리의 안타까운 상황으로 한편에서는 '악플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설리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2년 전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을 떠나보낸 데 다시 아이돌 스타를 떠나보내게 됐다.
연예인들의 죽음을 보도하는 언론들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요 기획사 홍보팀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죽음을 다루는 일부 언론들의 선정적인 보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면서 "클릭수와 속도가 중요한 언론 환경은 이해하지만 가끔 인간적으로 정이 떨어지는 보도 행태는 업계뿐 아니라 일반 대중도 불쾌하게 만든다"고 했다.
언론사가 자살 관련 보도를 할 때 베르테르 효과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129), 정신건강 위기 상담전화(1577-0199), 생명의 전화(1588-9191), 중앙자살예방센터 전국시설 검색 (http://www.spckorea.or.kr) 등을 함께 명기하는 것은 일부 자정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고 언론계는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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