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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완화 기여' 9·19군사합의 위태…"北 본격 도발 우려"

등록 2019.11.26 11: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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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19일 체결된 9·19 군사 합의, 北 첫 위반에 위기

작년 4월 판문점 선언 이행하며 한반도 긴장 완화 큰 기여

전문가들, 우리 군에 군사 합의 내용 이행과 인내심 주문

조성렬 "남북 군사 공동위원회 빨리 구성해 북에 촉구해야"

김동엽 "도발에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합의시항 준수 중요"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영상 캡처) 2019.11.25.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영상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남북한 군사적 긴장 완화에 큰 획을 그었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일명 9·19 군사 합의가 위기에 처했다.

북한이 연평도 피격(11월23일) 9주기에 맞춰 포사력 훈련을 함으로써 군사 합의를 처음으로 위반했다. 이에 따라 그간 9·19 군사 합의를 통해 이뤄냈던 성과들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19 군사 합의는 지난해 9월19일 체결됐다. 합의서 문안 자체뿐만 아니라 합의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한반도 군사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들이 연이어 이뤄졌다.

남북 군 당국은 지난해 4월 남북 정상 회담 개최를 앞두고 상호 적대 행위 중지의 상징적 조치로 비무장지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관련 장비를 철거했다.

같은 달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 위험 해소를 위한 실질적 조치로 상호 적대행위 중지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조성, 우발적 충돌 방지 조치, 군사 당국자 회담 수시 개최 등이 포함됐다.

이에 남북 군 당국은 판문점 선언 속 군사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6월14일 8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고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6·4 합의서 복원과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완전 복구에 합의했다. 2008년 5월 이후 중단됐던 서해 해상에서의 남북 간 국제 상선 공통망 운용이 7월1일부터 정상화됐다.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이 완전 복구됐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7월16일부터, 동해지구 군 통신선은 8월15일부터 정상화됐다.

【고성(강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3일 강원도 고성 GP에서 지난 '9.19 군사합의' 이행에 따라 시범철수된 GP의 외부가 공개되고 있다. 북한군 GP와의 거리가 소총 사거리 이내인 580m에 불과한 고성 GP는 군사적, 역사적 가치를 고려, 통일역사유물로 선정돼 원형 그대로를 보존할 수 있게 됐다. 2019.02.14. photo@newsis.com

【고성(강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3일 강원도 고성 GP에서 지난 '9.19 군사합의' 이행에 따라 시범철수된 GP의 외부가 공개되고 있다. 북한군 GP와의 거리가 소총 사거리 이내인 580m에 불과한 고성 GP는 군사적, 역사적 가치를 고려, 통일역사유물로 선정돼 원형 그대로를 보존할 수 있게 됐다. 2019.02.14. [email protected]

남북 군 당국은 이후 수차례 문서를 교환하며 협의했다. 양측은 9월13일 제40차 남북군사실무회담을 개최해 합의서 최종 문안을 조율했다. 9월19일 남북 국방장관은 양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9월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9·19 군사 합의)'를 체결했다.

합의서에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비무장지대 안 감시초소(GP)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시범적 공동 유해 발굴,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화,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 조치들이 담겼다.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남북 군 당국은 11월1일부터 지상,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지했다.

남북 군 당국은 상호 시범 철수하기로 한 11개 감시초소에서 화기·장비·인원을 철수시켰다. 11월30일에는 시설물을 보존하기로 한 1개를 제외한 10개 감시초소를 철거했다.

12월12일에는 분단 이래 처음으로 남북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을 종단하면서 11개 감시초소를 상호 현장 검증했다.

비무장지대 내 철원 지역 화살머리 고지에서는 공동 유해 발굴 개시를 위해 지뢰 제거와 도로 개설이 이뤄졌다.

한강 하구에서는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기 위해 11월5일부터 12월9일까지 공동수로 조사가 실시됐다.

【철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남북이 DMZ 내 GP(감시초소) 철거를 시작한 가운데 15일 군 당국이 철원지역 중부전선에 위치한 GP를 철거하고 있다. 2018.11.15. photo@newsis.com

【철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남북이 DMZ 내 GP(감시초소) 철거를 시작한 가운데 15일 군 당국이 철원지역 중부전선에 위치한 GP를 철거하고 있다. 2018.11.15. [email protected]

이처럼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실행됐지만 올해 들어 공동 유해 발굴 작업이 진척되지 않은 점, 북한이 올해 동해를 향해 미사일을 거듭 발사하는 등 적대 행위를 실제로 한 점 등은 옥에 티였다.

게다가 북한이 이번 연평도 피격일에 맞춰 창린도 포 사격 훈련을 실시하면서 9·19 군사 합의가 시행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이 합의 위반 행위를 더 할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 군 당국 간 대화를 촉구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26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그간 합의서 정신과 취지에 위반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실제 위반은 처음이다. 더군다나 이번 건은 김정은이 고의적으로 지시한 것"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대로 안 되면 내년부터 우리를 향해 재래식 군사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북측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한미 연합 훈련이고, 우리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게 있다"며 "합의서에 있는 남북 군사 공동위원회 구성 조항을 활용해야 한다. 위원회 구성을 서둘러 북측에 촉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9·19 군사 합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역시 중요한 문제다. 북한이 합의가 이미 깨졌다고 판단하고 있는지, 아니면 합의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 우리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9·19 군사 합의가 이미 깨진 것이라고 보고 이렇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합의를 깰 거냐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 것인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며 "개인적으로는 후자로 생각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이미 방향성을 설정한 게 아닌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렇다고 해도 상대방이 깼으니 우리도 깨야 한다는 것보다는 우리 스스로는 상대방의 도발적 행동에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합의사항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너무 큰 카드를 내세우면 (북한에) 굴하는 모습을 보여줘 오히려 협상에 안 좋다. 기존 합의 사항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의연하게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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