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법 '자율투표' 넘긴 與…반대표 무더기로 나와
인터넷은행, 文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였지만…60명 반대
'KT 특혜논란'에 반대표 커진 듯…'금소법' 패키지 합의 위반
이인영, 통합당에 사과키로…총선 후 첫 임시국회서 처리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이 찬성 75, 반대 82, 기권 27로 부결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에 부쳐진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재석 184명에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부결 처리됐다.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때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빼는 게 골자다.
현행법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기존 금융회사 수준으로 지나치게 엄격히 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길을 터준다는 법률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대주주가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을 받으려면 공정거래법 위반 등 전력이 없어야 한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려던 KT는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고 자금줄이 막힌 케이뱅크는 상당수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자금난을 겪어 왔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은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을 위한 규제완화 1호로 꼽은 사업이었다. 그러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가 지지부진하자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등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법의 2월 임시국회 내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여당 내 '비토'로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것을 두고 예상 밖 결과로 여겨지는 이유다.
이날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82명 중 60명이 민주당 의원이었다.
강병원·강창일·김경협·김두관·김민기·김병관·김병기·김상희·김영주·김영춘·김영호·김정우·김정호·김철민·김한정·김현권·남인순·맹성규·민홍철·박광온·박완주·박용진·박재호·박주민·박홍근·백재현·서삼석·서형수·설훈·소병훈·송갑석·송옥주·신동근·신창현·심재원·안규백·안민석·어기구·오영훈·오제세·우원식·위성곤·윤준호·이개호·이규희·이상헌·이종걸·이춘석·이후삼·이훈·인재근·전혜숙·정은혜·제윤경·조승래·최인호·한정애·허윤정·홍영표·홍익표 의원 등이 반대편에 섰다.
여기에 채이배 의원을 비롯해 11명의 민생당 의원과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5명의 정의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져 개정안 부결에 힘을 보탰다. 금융규제 완화를 적극 반겼던 미래통합당에서도 이혜훈 의원 1명이 반대표를 눌러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고용진·김종민·박진·안호영·유동수·이원욱·정성호·최운열 의원 등 9명에 불과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대화하고 있다. 2020.03.05. [email protected]
이처럼 금융당국의 입장과 달리 당내에서 대거 반대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전문은행법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의원들의 자율투표에 맡긴 결과다.
당내에서는 박용진 의원을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KT에 막대한 특혜를 주는 법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었다.
박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도 반대토론에 나서 "혁신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 불법기업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라며 "(자격) 대상 법률에서 공정거래법을 삭제하기로 한 것은 KT라는 특정 기업을 위한 분명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민생당 채이배 의원도 "사기 치는 사람, 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사람,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려 국가를 속이는 사람, 이러한 자들이 은행의 주인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기본 원칙을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 역시 "우리 사회의 공공성 앞에서, 그리고 사회·경제적 약자 앞에서 여당과 제1야당이 한편이 돼 버리는 것이 가장 큰 비극"이라며 "여당인 민주당에 민주의 DNA가 살아있다면, 그리고 공공성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남아있다면 이 점을 가장 뼈아프게 생각해야 된다"고 말했다.
반면 유일한 찬성토론자로 나선 통합당의 정태호 의원은 "(이 개정안을) 부결시킨다면 문 대통령이 이야기한 핀테크 규제 1호 법안이 좌절되는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이법이 패키지로 같이 묶였는데 하나만 통과시키고 하나는 안시키면 약속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는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인터넷전문은행법을 패키지로 묶어 처리하기로 한 바 있다. 민주당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통합당은 인터넷전문은행법의 개정을 각각 원했던 결과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직전에 표결에 부쳐졌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재석 180명 중 찬성 178명, 기권 2명으로 수월하게 국회 문턱을 넘은 반면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예상 밖에 부결됨에 따라 통합당은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결국 민주당은 이인영 원내대표가 여야 합의를 지키지 못한 데 대해 통합당에 공개 사과하기로 하고 4·15 총선 후 열리는 첫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다시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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