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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엔 주권면제 안된다"…日위안부 소송서 증언

등록 2020.09.09 18: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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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측 "주권면제로 소송 각하" 주장

백성국 경희대 국제대학 부교수 증언

"관습법 변화 중…피해자 권리 지켜야"

"주권면제 예외 인정하는것이 바람직"

이용수 할머니, 다음 변론서 증인석에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지난해 8월14일 오전 광주 서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9.08.14.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지난해 8월14일 오전 광주 서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9.08.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인권침해로 인한 피해에는 주권면제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증언이 나왔다. 일본 측의 '주권면제론'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9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5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백성국 경희대학교 국제대학 부교수가 증인으로 나왔다. 국제인권법을 주로 연구한 백 교수는 현재 대한국제법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일본 정부 측은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우며 이번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권면제는 한 국가가 다른 나라의 법정에서 재판받지 않도록 이를 면제해주는 원칙으로 관습법적 개념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은 일본 정부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백 부교수를 전문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실제 백 부교수는 이날 주권면제 원칙이 불변의 원칙이 아니며, 국제법상으로도 변화하는 추세로 논의되고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 대리인이 '피해자 인권 보장을 위한 논의'에 대해 묻자 백 부교수는 "인권과 주권의 관계는 오늘날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면서 "인권의 보호 증진이 동시에 주권의 존중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오늘날 유엔 인권메커니즘 발전 과정은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불처벌 관행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을 밝힌다"며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피해자 권리 기본 원칙은 적어도 국가가 피해자 권리는 지켜줘야 한다는 'minimum standard'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또 '주권면제론의 변화 배경'에 대해 백 교수는 "절대적 주권면제를 향유한다고 할 경우 외국과 거래하는 사인은 매우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며 "이러한 불리한 입장을 고치고 자국민에게 구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제한적 주권면제론'을 적용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주권면제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시되고 있나'고 묻자 백 부교수는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국제범죄는 보편적 민사관할권이 인정되기에 주권면제론에 의한 관할권 면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천안=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지난달 14일 충남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서 '미래를 위한 기억'을 주제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정부기념식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8.14. kkssmm99@newsis.com

[천안=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지난달 14일 충남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서 '미래를 위한 기억'을 주제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정부기념식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8.14. [email protected]

백 교수는 "피해자 존엄이 회복되지 않는 한, 인권침해는 과거사가 아닌 현재진행형 사건이 된다는 관점에서 국가와 국제사회의 책임을 다시 상기해야 할 것"이라며 "이미 주요 국제인권조약들은 실효성 있는 구제 받을 권리를 독립적인 인권으로 인정한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국제법상 피해자의 권리가 확립된 국제관습법으로써 존재한다면 기존의 불완전한 주권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은 그 적용에 있어 예외를 인정함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즉 국제범죄 실효적 구제를 막고 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최소한 피해자 권리를 인정해야 하고, 그 범위에서 주권면제가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증언이다.

백 교수는 재판부의 질문에 '국가 간 무력충돌은 전통적인 주권면제가 적용될 수 있지만, 중대한 인권침해의 경우 다르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사건 다음 변론은 오는 11월11일 오후 4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이 사건 원고 중 한명인 이용수 할머니가 직접 증언대에 선다. 이 할머니에 대한 30분간 본인신문이 끝나면 종합 변론이 이어진 후 변론이 종결될 예정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2016년 12월28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의 반인륜적 범죄를 기록으로 남기고 법적 책임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소송을 택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세 차례에 걸쳐 소송 서류를 반송하면서 3년 동안 재판이 열리지 않았고, 법원은 2년 이상 외교부를 통해 소장 송달과 반송을 반복한 끝에 '공시송달'로 소장을 전달하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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