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도축→포장 전' 유통기한이 없다…그럼 신선도는?
도축후 보관기간 유통기한에 미포함…구체적인 법적 기준 없어
유통기한 기준, 도축일이 아닌 가공일이 기준 '소비자 혼란'
대형마트 냉장 판매 코너에 부위별로 다양하게 진열된 쇠고기 포장육. (사진=뉴시스DB)
[광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워킹맘 A씨는 며칠 전 퇴근 후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다. 마침 2등급 판정을 받은 국내산 쇠고기 불고기용 포장육이 반짝 세일 중이어서 값싸게 구입했다.
이력 라벨에는 냉장육으로 표시돼 있었고, 유통기한 표시는 구입 당일인 9월11일부터 2021년 2월2일(5개월)까지로 찍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요리를 위해 쇠고기 랩 포장을 뜯다가 라벨 용지에 표시된 축산물 이력번호를 발견하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A씨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농림축신식품부가 운영하는 축산물 이력조회 시스템에 12자리 번호를 입력한 후 나온 조회 결과에 눈을 의심했다.
본인이 마트에서 구입한 쇠고기가 유통기한 표시 첫날로부터 무려 4개월 전인 5월8일에 도축된 소로 나왔기 때문이다.
A씨는 도축일로부터 포장육 라벨에 표시된 유통기간 마지막 날까지 다시 계산한 결과 무려 270일(9개월)이라는 계산 값이 나오자 한 번 더 놀랐다.
A씨는 "냉장육으로 표시된 쇠고기의 유통기한이 이렇게 긴 줄 몰랐다"며 "도축일로부터 따질 경우 유통기한이 최장 9개월이나 되는데 신선도에는 문제가 없는지 우려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력제 라벨에 도축일자를 함께 표시해 주면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될 텐데 도축일자를 의도적으로 표시하지 않는 것 같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이 같은 결과는 '도축 후 보관기간'이 유통기한에 포함되지 않고, 소비자들이 라벨을 통해 확인 가능한 유통기한은 '최초 포장(가공)을 한 날'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축산법 등에서 쇠고기의 유통기간을 법적으로 따로 정해 놓은 게 없는 것도 이유가 되고 있다.
워키맘 A씨처럼 소비자 입장에선 '도축 후부터 보관기관'까지 별도로 정해진 유통기한이 없어 신선도에 대한 의문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소한 법적으로 보관기관과 보관방법을 정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14일 축산물 가공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쇠고기의 경우 도축 후 하루 예냉(숙성) 과정을 거쳐 다음날 등급판정을 받은 후부터 본격적으로 도·소매업체를 거쳐 유통된다.
각 관련 기관별로 쇠고기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냉장·냉동보관 포장방식 온도에 따라서 정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이 역시도 제 각각으로 나타났다.
B기관은 최적 냉동 보관기간을 3개월로 보고 있고, C기관은 냉동의 경우 영하 18도에서 보관할 경우 6개월까지 보관하는 게 가장 신선한 것으로 권장했다.
육가공업체 관계자 김모씨는 "쇠고기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도축 후 4~6개월이 지난 고기들은 냉동 보관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신선도에는 아무런 문제는 없다"면서 "도축일로부터 가장 최근에 출하된 냉장육을 원한다면 축산물 이력번호를 검색해 본 후 구매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보관방식에 따라 유통기한의 차이는 있지만 '당일 도축 당일 판매'하는 부위는 분명히 있다.
등급판정 전 사전 절취가 가능한 홍두깨살과 우둔(엉덩이) 부위 등은 육회, 생고기용으로 당일 판매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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