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외국인, 빅히트 첫날 던졌다…이유는(종합)
미확약 물량 중 70% 에 달하는 매물 출회, 거래액 1조 넘어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 첫날인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빅히트의 상장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태진 제이피모간 서울지점 대표이사, 박지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HQ CEO, 윤석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Global CEO,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라성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2020.10.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상한가)으로 출발했지만 5분만에 상승폭이 둔화됐고 오후에는 하락 전환하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뤘다. 의무확약이 없는 기관투자자들의 배정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 하락을 야기한 것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사들이면서 상장 첫날 거래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기관의 강한 매도세의 배경으로는 비교 기업이 마땅치 않아 기업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있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카카오게임즈를 통한 학습효과도 작용된 것으로 보여진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빅히트는 시초가(27만원) 대비 1만2000원(4.44%) 내린 25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빅히트는 개장과 동시에 35만원까지 오르며 따상에 성공했으나 5분만에 상한가가 풀렸고, 그 상승 폭이 점점 둔화되더니 오후에는 하락 전환했다.
◇미확약 물량 쏟아져, 약 64만주 매도돼
빅히트의 상한가가 풀린 것은 공모 청약을 받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으로 시작됐다. 대표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서만 46만482주, 53만1863주가 순매도됐다. 두 증권사는 빅히트 주식을 213만주와 249만주를 각각 배정 받은 곳이다. 이로 인해 개장 직후 강한 매도세가 나타났다.
이후 기관과 외국인이 하락폭을 키우는데 한몫했다. 이날 기관은 빅히트 주식을 422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564억8127만원어치를 팔았다. 기관투자자의 매도 주식수가 64만주에 달한다. 공모 배정 주식수 가운데 미확약 물량인 92만주인 것을 감안할 때 약 69.8%가 매물로 출회한 것이다.
반면 개인들은 오후 주가 하락이 나타나자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들은 이날 265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저가 매수를 노리는 움직임으로 풀이되나 대부분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여진다. 개인투자자들의 평균 매수가는 29만6855원으로 종가 대비 13.09% 높다. 순매수가 가장 높았던 창구는 키움증권으로 46만8927주를 사들였다.
투자자들 가운데 기관이 가장 큰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보여진다. 기관의 평균 매도가는 32만1835원으로 종가 대비 19.83% 높다. 기관의 매도 대부분이 장 초반 이뤄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연기금과 보험은 32만원대와 33만원대의 평균 매수액을 기록해 기관 중 다소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평균 매도가는 29만2931원으로 평균 수익률은 11.92%로 추정된다.
기관과 외국인의 활발한 매도로 전체 거래대금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이날 빅히트는 전체 유통주식수(약 670만주)에 육박하는 594만주가 거래됐고, 전체 거래대금은 1조7472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 "비교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하락 야기"
빅히트의 흥행 참패 배경은 다양한 요인들이 꼽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터주의 한계가 언급됐다. 실제로 이날 빅히트의 주가가 하락하자 다른 엔터주들의 주가도 동반 떨어졌다.
여기에 빅히트가 BTS 의존도가 높은 만큼 멤버들의 입영 이슈 등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매출 비중 70% 이상이 BTS이며,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2021년에 입대를 해야 하는 멤버가 있다. 이로 인해 2022년 이후 실적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었다. 이러한 요인들이 기관들의 매도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치산정에서 PEER 밸류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말이 많았다"며 "BTS와 같은 가수의 사례가 없다 보니 밸류에이션 산정에 확신이 없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권업계가 산정한 빅히트의 적정주가도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적정주가를 16만원을 산정한 증권사가 있는가 하면 29만원 이상을 배팅한 증권사도 있었다.
또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의 사례에 따른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은 따상상과 같은 일시적 오버슈팅 이후 부진한 주가흐름이 이어진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랑 SK바이오팜 때의 학습효과로 선제적으로 팔고 함부로 사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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