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사, 문어발 확장·유료 본색에 반감 확산…"정교한 규제 필요"
15일 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앱마켓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구글이 게임업종에 한정했던 인앱결제 의무화 및 30% 수수료 부과를 디지털 콘텐츠 전체로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
무료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익숙하도록 길들인 후 독점적 시장 점유율을 구축해, 결국 서비스 유료화, 전격 가격 인상을 강행하는 빅테크사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국회는 여당을 중심으로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목표로 힘을 쏟고 있다. 미국에서도 양당 상원의원 6명이 지난 11일 이 같은 내용의 '오픈 앱마켓 법안'을 발의, 빅테크 기업의 앱마켓 갑질에 대한 문제의식이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표 모바일 기업 카카오에 대해서도 최근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국민 메신저라는 카카오톡을 앞세워 선물하기, 결제, 쇼핑, 웹툰, 보험, 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카카오는 이제 퀵서비스, 대리운전, 꽃 배달, 미용실, 실내 골프장, 주차 대행 등 분야까지 침투했다.
카카오는 불편하고 복잡한 게 당연하던 일상에서 문제의 본질을 찾아 나가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성장해왔지만 동시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부딪힌 것이다.
반발이 커짐에 따라 빅테크 기업이 백기를 드는 사례도 발생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으로 택시 호출 시 돈을 더 내면 택시를 더 빨리 잡을 수 있는 기능인 '스마트호출'과 공유자전거에 대한 요금 인상을 추진했으나 모빌리티 시장에서 독점적인 플랫폼 지위를 바탕으로 잇따라 일방적인 서비스 요금 인상을 단행한다는 여론에 부딪혀 지난 13일 인상안을 철회했다.
네이버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의 갈등 끝에 오는 10월 시행 예정이던 부동산 매물 관리 약관 변경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부동산 매물 등록 시 집주인의 전화번호와 네이버 아이디를 기재해 네이버에 알리는 것을 의무화할 예정이었지만 공인중개사 업계가 네이버가 직접 중개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다며 강하게 반발해 결국 무산됐다.
네이버의 온라인 법률상담 엑스퍼트 서비스 등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5월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 징계' 규정을 도입하며 저지에 나섰고, 둘의 갈등은 헌법소원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고 성장할수록 논란을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군다나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는 당초 IT 기업의 성장으로 기대했던 신사업 개발, 혁신, 일자리 확대 등 보다는 오히려 독점 같은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 이들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완화하기 위한 규제를 도입하거나 강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도 플랫폼이 입점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규율하는 내용을 담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 발의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독점 폐해를 막으면서도 플랫폼 기업끼리 혁신 경쟁을 보호하는 정교한 규제가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 법안 도입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플랫폼 반독점법안은 소수의 빅테크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에 대응한 경쟁당국의 급진적이고 적극적인 플랫폼 규율을 내용으로 한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수준의 경제력 집중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전통적 경쟁법 집행으로 다루기 어려운 플랫폼 경제의 문제에 대응할 새로운 경쟁정책 방향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온라인플랫폼법은 대체로 적절한 수준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규율 대상의 조정 및 실태조사의 적절한 설계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더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면서 "규율 대상이 매출액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액이 1000억원 이상인 플랫폼 중 대통령령으로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현재 도·소매업 중소기업 기준이 매출액 1000억원임을 참고해 규율 대상 플랫폼의 범위를 더 좁힐 여지가 있다"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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