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0.75%로 인상...추가 인상 가능성도(종합)
올해 소비자물가 2.1%로 상향…성장률은 4% 유지
"가계부채 급증·물가 불안 커져…회복세 이어갈 것"
"통화정책 완화정도 조정할 것…시기는 추이보고 판단"
[서울=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아시아 주요 국가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춘 뒤 지난달까지 14개월 동안, 9차례 연속 동결해 왔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만에 처음이다. 또 이주열 총재가 취임한 이후로는 2017년 11월, 2018년 11월 이후 세번째 인상이다. 아시아 주요 국가 가운데는 가장 먼저 인상에 나섰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1.8%에서 0.3%포인트 높인 2.1%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물가상승 전망치도 1.4%에서 1.5%로 0.1%포인트 높였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기존 4% 전망을 유지했다. 내년 성장률도 3%를 유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저금리 기조로 늘어난 부채가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겨 실물 경기와 금융자산 가격간 괴리가 커지고 있는 등 '금융불균형'을 가져왔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 대를 기록하며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지만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고, 학습효과, 백신접종 확대 기대감 등으로 소비가 크게 줄지 않는 등 실물경제에 주는 악영향은 미미하다고 봤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민간 소비가 다소 둔화됐으나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설비투자도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가 백신접종 확대, 추경 집행 등으로 점차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 2분기 말 가계 빚(가계신용)은 전분기 대비 41조2000억 늘어난 1805조9000억원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가계 빚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8조6000억 늘어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역시 한은 물가안정목표(2.0%)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4월(2.3%), 5월(2.6%), 6월(2.4%), 7월(2.6%) 등 네 달 연속 2%를 웃돌았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위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1.8%) 한은의 전망수준을 상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8월에만 세 차례 2000명대를 넘어서는 등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0시 기준 확진자는 전날보다 1882명 늘어난 24만3317명이다. 4차 유행 일별 환자 규모는 지난달 7일부터 51일째 네자릿 수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08.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8월 소비심리지수는 전월대비 0.7포인트 하락하기는 했지만 102.5로 100을 넘어섰다.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심리지수는 100보다 크면 낙관적임을 뜻한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소비자심리지수 하락폭이 전월대비 크게 축소된 것은 코로나19 학습 효과와 백신접종에 따른 거리두기 완화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7월 수출액은 554억4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9.6%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수출액도 3587억 달러로 사상 최대 였다. 7월 취업자 수도 2764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4만2000명(2.0%) 늘어나는 등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또 향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금통위는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올해 남은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는 10월 12일, 11월 25일 등 두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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