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마다 '물 반 고기 반' 삼키는 고래가 질식 않는 이유는?
목 뒤쪽에 '구강 마개'가 비결…기도 보호해
고래에게서만 발견되는 기관 "최종적 진화"
[포트스티븐스=AP/뉴시스]14일 오스트레일리아 포트 스티븐스 해안에서 혹등고래 한 마리가 수면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2021.06.14. *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뉴시스]이진경 인턴 기자 = 몸통을 가득 채울 만큼의 물이 일시에 목으로 쏟아지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래는 가능하다.
최근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은 고래가 사냥 때마다 엄청난 양의 물을 들이켜도 질식하지 않는 이유를 고래의 구강구조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고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고래 생리학을 연구하는 동물학 박사 켈시 길은 고래가 질식하지 않는 이유를 고래의 '구강 마개(oral plug)'란 기관에서 찾아냈다. 구강 마개는 길 박사와 연구진이 죽은 혹등고래 입을 해부하면서 발견한 목 뒤쪽을 막고 있는 둥글납작한 기관이다.
연구진은 해부를 통해 해당 고래가 죽기 전 먹이를 먹을 때 구강 마개를 위로 들어 상·하부 기도(氣道)를 차단해 보호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래의 상부 기도는 비강과 머리 위 분수공(噴水孔)으로 이어지며, 하부 기도는 폐로 연결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혹등고래, 밍크고래, 흰긴수염고래 등 다양한 고래는 먹이를 잡을 때 입을 거의 직각으로 벌리고 구강 마개로 기도를 보호한 채 몸 전체를 채울 만큼 대량의 물을 먹이와 함께 집어삼킨다.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 사냥법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사냥 중 입에 물을 가득 채운 고래는 목이 부풀어 거대 올챙이 같은 모습을 한다고 NYT는 전했다. 올챙이 같은 상태로 1분가량이 지나면 고래는 입천장에 난 칫솔모 모양의 수염으로 작은 물고기와 크릴만 걸러내 섭취하고, 물을 다시 뱉어낸다.
길 박사는 "(사람은) 거울에 목 뒤쪽을 비춰보면 아무것도 없다"며, 구강 마개는 고래에게서만 발견된 고유의 신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길 박사와 연구진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빈칸을 채운 것 같다"라며, 지난 20일 해당 연구 결과를 생물학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했다.
산타크루즈 소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고래 섭식 양상을 연구하는 아리 프리들라엔더는 구강 마개 비밀을 밝힌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다른 그 어떤 동물도 하지 못하는 것을 (고래만) 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해부학적 최종 진화의 일종"이라고 평했다.
연구 결과를 본 일부 누리꾼은 "치과 진료 중 입에 흘러들어온 물이 코에 들어가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사람에겐 없고 고래만 가진 구강 마개의 역할이 더 확실하게 이해될 것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