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곤두박질 치는 미 증시, 저가 매입 기회 될까
미 WP, 5개 투자 판단 참고 변수 분석
변동성 커지지만 개별 기업 변수가 중요
[뉴욕(미국)=AP/뉴시스]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텔레비전 화면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하고 금리를 동결한다는 발표내용이 나오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월가 증시가 새해 들어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연방준비기금(FED)이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강력하게 돈줄을 죌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3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공포를 반영하는 CBOE변동성지수가 100% 가까이 상승했다. 이 와중에 지난 24일 다우 존스 지수가 1000포인트 빠졌다가 상승세로 마감하는 등 극심한 시장 변동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정신 차리기 힘든 상황이지만 변동성이 커지면서 저가 구매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변동성이 시장의 건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미 증시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이 저가 구매 시점인지 아니면 더 하락할 것인 지를 판단해야할 시점"이라는 AJ 벨사 투자책임자 루스 몰드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증시 전망을 점검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서 WP는 불확실성, 금융정책, 경제 통계, 기업 수익률, 지정학적 요인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각각에 대해 분석했다.
▲불확실성: 월가는 긴장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갈팡질팡한다. 긴장의 강도가 더 클 경우 더 그렇다. 팬데믹 초기의 폭락이나 정책 결정을 앞 둔 현 시점의 하락이 좋은 예다. 투기적 거래가 늘어나는 것이다.
미션스퀘어 리타이어먼트사 수석 투자 책임자 웨인 위커는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높은 금리, 높은 물가, 소득 증가율 저하 등으로 현재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안감 때문에 큰 등락이 생긴다. 팬데믹 초기 투자자들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에서도 그랬다. 팬데믹으로 공급망 혼란, 새로운 코로나 변이의 출현 등 경제 예측이 힘들어졌지만 전례없는 일들이 일상이 되면서 패닉 반응은 완화됐고 기업들도 양호한 이익을 내고 있다.
LPL 파이낸셜의 주식투자 전략가 제프 부치바인더는 "투자자들이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한 큰 폭의 상승에 익숙해짐에 따라 최근의 변동에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변동성이 과거의 변동성에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S&P 500지수는 매년 5% 이상 세차례 떨어졌다가 한 차례 회복하는 일을 반복했다. 이는 최근 최고치보다 10% 더 하락할 수 있음을 뜻한다.
부치바인터는 "2021년 5% 미만으로 하락했던 S&P 500 지수가 2020년 3월 최저점의 두배 이상으로 뛰었다. 올해는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책 변화: 최근 증시 변동성은 연준이 물가상승을 억제하려는 것과 관련이 크다. 휘발유가격과 식료품가격 상승은 금리를 올리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경제를 위축시키는 양날의 칼이어서 주식 시장에 타격을 주는 일이 많다. 주가가 높은 회사들이 더 표적이 된다.
연준은 오미크론이 경제를 악화시키는 것과 "꾸준히 상승하는 소비자 물가 및 임금상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뉴욕 라이프 인베스트먼트 선임국장 로렌 굿윈이 밝혔다.
연준의 경기부양 축소 전환은 물가가 디플레이션에 빠져 경제가 타격을 입는 것을 막으려 노력해온 10년 동안의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연준이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인상하고 팬데믹으로 불투명해진 경제 전망이 방향성을 보임에 따라 투자자들은 보유 자산을 재평가해야 한다.
채권평가기관 KBRA의 수석 전략가 반 헤서는 경제정책 전환을 "대 감속(great deceleration)"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경제가 올해 장기 잠재 성장률 2%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15번의 시기 중 10번이 경기침체로 이어졌음을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경기 후퇴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뉴에이지 알파의 수석 투자책임자 줄리언 코스키는 높은 금리가 향후 주가에 과도하게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 정책과 주가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주가 움직임은 훨씬 더 복잡해 한가지 원인에만 좌우되지 않는다"면서 "투자자들이 연준이 어떤 정책을 펼지보다 개별 종목의 성장성이 주가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에 주목하도록 권한다"고 말했다.
▲경제통계: 투자자들은 세계경제의 건전성을 파악하기 위해 온갖 경제통계에 목을 맨다. 세계경제가 개별 회사 주가의 최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각국의 고용, 기업 생산성, 소비자 신뢰도, 국내총생산(GDP), 도매물가, 경제성장률은 매일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이 이들 데이터를 반영해 장기 전망을 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현재까지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물가가 40년만에 최고치로 올랐으며 노동력 부족이 심하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최고치에 달하며 채우지 못한 일자리가 1050만개에 달한다. 감염률, 사망률, 입원률 등 코로나 관련 통계도 투자자들이 경제활동 축소, 교통이용 감소, 생산성 저하 등 팬데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데 반영한다.
파, 밀러 앤드 워싱턴의 마이클 파 CEO는 경제는 불확실성과 불균형의 혼란 속에서도 "근본적으로 건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 심리가 건전하며 경제가 확장하고 있고 고용률도 높다"면서도 "물가 상승과 노동력 부족, 공급망 혼란, 팬데믹 지속이 걱정스러운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분하게 장기전망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기업의 수익성: 기업 이익이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양호한 분기 실적을 낸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가가 뛰어 오른다. 그러나 반대로 투자자 신뢰를 잃는 경우 투매가 일어날 수도 있다.
팬데믹 시작 직후 주가가 폭락한 뒤 투자자 신뢰가 회복하는데는 개별 기업의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었으며 지난해 주식시장이 역대 최고의 활황을 보였다. 최근 6분기 동안 S&P 500 지수 포함 기업들의 실질 이익이 예상치보다 17.5%를 뛰어 넘었다.
S&P 500 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연률 21%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업들이 이익을 환경 관련 투자에 돌리는 등으로 높은 성장을 지속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GE는 이익이 예상치보다 많았지만 주가는 25일 7% 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공급망 혼란으로 지난 분기 38억달러(약 4조5490억원)의 손실을 본 것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요인: 세계적 영향이 큰 갈등이 투자 리스크 원인이 된다.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확산이 국제 여행 및 경제 전반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염 확산으로 기업들의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몇 주 새 투자자들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중동에서 반복된 미사일 공격도 에너지 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미 정부는 25일 러시아가 제재에 맞서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할 경우에 대비해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CBOE 원유 변동성지수가 올해 긴장 고조로 인해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유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 중질유가 25일 1.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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