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히자 아파트 경매시장 ‘급랭’…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나
서울 아파트 낙찰률 35%…6년3개월 만에 최저 기록
대출 규제 및 기준금리 인상 여파…주택 매수세 위축
"투기수요 사라져"…장기적으로 경매 물건 늘어날 듯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사진은 30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2022.05.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잇단 규제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아파트 경매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낙찰률, 낙찰가율 모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률(경매 물건 중 낙찰자가 결정된 물건 수의 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지는 등 경매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도 아파트 낙착률이 20% 가까이 떨어지는 등 위축된 모습이다.
법원 경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5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낙찰률은 전달(49.2%)보다 떨어진 42.8%로 집계됐다. 낙찰가율 역시 전달(97.9%) 대비 3.6%p 하락한 94.3%를 기록했다. 낙찰률 및 낙찰가율 모두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평균 응찰자 수도 전달(8.0명)보다 0.8명이 줄어든 7.2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낙찰률이 전달 기록한 55.3%보다 19.7%p 하락한 35.6%로 집계됐다. 6년여 만의 최저치다. 낙찰가율도 전달(105.1%)보다 떨어진 96.8%로, 100%를 넘지 못했다.
경기도 상황은 비슷하다. 낙찰률은 54.6%로, 전월(55.3%)보다 0.7%p 하락했고, 낙찰가율은 93.7%로 전월(100.6%)과 비교해 6.9%p 낮아졌다. 평균 응찰자 수는 9.3명으로 전달(12.3명)보다 3.0명 줄었다.
인천은 아파트 낙찰률(42.6%)이 전월(42.3%)보다 0.3% 상승했지만, 낙찰가율은 96.8%로 전달(108.4%)보다 11.6%p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 수도 6.6명으로, 전월(5.4명)보다 1.2명 늘었다.
5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 및 낙찰가율, 낙찰률. (그래픽=지지옥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매시장의 위축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시행 이후 절세 매물을 늘어난 데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의 영향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경매는 대출자금의 비중이 높다. 경락잔금대출 역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용을 받는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 오는 7월부터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는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아파트 경매 지표가 모두 하락하면서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경매 낙찰가율은 주택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긴다. 낙찰가율이 떨어졌다는 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9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서울 아파트값이 2주 연속 소폭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1% 하락하며 지난주와 같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한 달 전인 지난달 9일 보합 전환한 뒤 3주간 보합세를 유지하다, 30일부터 하락했다.
구별로 노원(-0.03%)·성북(-0.03%)·마포구(-0.02%) 등 강북 대다수 지역이 하락했다. 또 송파(-0.01%)·강서구(-0.02%) 등이 하락했다. 다만, 용산구(0.02%)는 주요 단지와 일부 재건축 위주로, 서초구(0.03%)는 방배동 위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남구와 강동구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투기 수요가 사라지면서 경쟁률이 낮아졌다”며 "장기적으로 경매 물건이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경매시장이 실수자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라면서 하반기 금리 인상 폭이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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