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부터 공공요금 인상까지"…한숨 깊어지는 자영업자
멈추지 않는 식용유 가격 오름세에 자영업자들 한숨
전기세·가스요금 인상에 자영업자 부담↑…여름철 장사 걱정 목소리多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때 이른 폭염이 찾아온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 건물에 설치된 실외기들이 가동되고 있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돼 다가올 무더위가 더욱 걱정된다. 2022.06.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동현 김혜경 기자 =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를 맞아 매출 회복 기대감이 높았지만 최근 상황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보다 더 좋지않다는 목소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용유·밀가루 등 식자재 인상폭은 이미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다. 여기에 내달부터 공공요금도 오르고, 최저임금도 또 한번 인상될 조짐이다. 재료비에 고정비, 인건비 등 '3중고'에 짓눌리는 상황이다.
치솟는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검토해야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완전히 닫아버릴 경우 가격을 올려도 매출은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28일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서 사조대림 식용유인 해표 식용유 18ℓ 1개의 온라인 최저가는 8만950원으로 검색됐다. (사진출처: 다나와 홈페이지 캡쳐) 2022.06.28.
업소용 식용유값 줄인상…오뚜기 20% 가격 인상
28일 기준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사조대림의 해표 식용유 18ℓ 1개의 온라인 최저가는 현재 8만950원이다. 지난달 온라인 최저가 6만3590원에 비하면 27.2% 뛰었다. 5만원대이던 석달 전에 대비 47%, 4만원대 중반이던 1년 전과 비교하면 77% 가격이 급등했다.
롯데푸드 콩식용유, CJ제일제당 백설 콩기름, 오뚜기 식용유 18ℓ의 현재 온라인 최저가는 각각 7만980원으로, 8만7990원, 7만7440원이다. 3개월 전보다 많게는 49%, 1년 전보다는 80% 넘게 올랐다.
업체들은 대두 및 대두유 시세가 워낙 급등한 데다 환율 급등으로 제반 비용이 상승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최근엔 오뚜기가 지난 20일부로 업소용 식용유 가격을 20% 인상했고, 이에 앞서 이달 1일부로 사조, 롯데푸드, CJ제일제당 백설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지난주에 업소용 식용유(콩기름) 18L(리터)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며 "원재료가격 상승에 환율 상승 등 제반 비용 상승에 따라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 대두 및 대두유 시세는 줄기차게 오르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12월 만기 선물 기준 국제 대두 가격은 부셀(1부셀=27.22㎏)당 1630.5센트로 올 들어 21.32% 상승했다. 대두유 가격은 파운드(약 0.45㎏)당 70.82센트로 올해에만 25.99% 올랐다.
식용유값 급등에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 소셜네트워크(SNS)에는 "돈까스 가게 하는데 식용유값 너무 무섭다. 업종을 바꾸고 싶다", "모든 식자재 가격이 오르지만 식용유는 받을 때마다 족족 오른다", "2만원대하던 식용유가 앞으로 10만원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등 식용유 가격 인상을 우려하는 글이 잇따른다.
정부는 지난달 말 물가 안정을 위한 민생안정대책 중 하나로 식용유를 올 연말까지 무관세로 수입하기로 했지만, 가격 안정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두유를 직접 수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두를 수입해 콩기름을 생산하는 업체는 혜택을 볼 수 없어,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원가 상승에 따른 판매가 인상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기업의 70% 정도가 이미 제품 가격을 올렸는데, 아직 인상하지 않은 기업 중 절반 역시 곧 올릴 계획이라고 답했고, 기업 10곳 가운데 6곳이 원재료 비용이 더 오르면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해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가격 인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기세·가스요금 인상에 자영업자 부담 늘어날 듯
최근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소식도 자영업자들의 시름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 등 고정비 인상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더 크게 늘리는 요인이 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다음 달부터 9월까지 전기요금에 적용하는 연료비 조정 단가를 킬로와트시(㎾h)당 0원에서 5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산업용을 비롯한 용도별 전기요금도 ㎾h당 5원 오른다.
가스 요금도 내달부터 인상된다. 정부는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이 메가줄당(MJ) 1.11원 인상키로 했다. 주택용 요금은16.99원(7.0%)으로 음식점·구내식당 등에 적용하는 일반용 요금은 16.60원(7.2%)으로 각각 오른다.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당장 올 여름이 걱정이다. 여름철에는 손님 방문 여부와 상관없이 쾌적한 매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을 풀 가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매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상업용 에어컨의 경우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 낮아 1등급 제품 대비 20%~30% 가량 전기세가 더 부과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음식점의 경우 가스 요금 상승에 따른 고정비 증가로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영업자, 전기료 인상에 "여름 장사 어쩌나" 한숨
자영업자 A씨는 "12평 카페에서 사용한 6월 전기세가 25만원이 나왔다"며 "이제 여름 시작이고 전기세가 인상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 여름철에 전기세 폭탄을 맞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자영업자 B씨는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에어컨을 틀어놓는데 여름철 전기요금이 얼마가 나올 지 감도 안온다"며 "손님은 없는데 전기세까지 오른다. 여름에 에어컨을 안 틀 수도 없고 정말 여러모로 힘들다"고 전했다.
먼저 공공요금 인상은 정부 주도의 물가 상승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카페 회원은 "전기세와 가스비가 인상된 이후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며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 인상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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