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키이우에 425개 특별방공호 준비…'러시아 핵공격 대비'

키이우 주지사, 우크라 현지 방송인터뷰…"최악 시나리오 준비"

구급대에 방호복, 방공호엔 비상물자…의료진에 사전교육 시행

[하르키우=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한 노인이 방공호로 사용 중인 지하철역 안을 걸어가고 있다. 2022.05.13.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비해 수도 키이우에 비상시 핵공격에 버틸 수 있는 425개의 특별 방공호를 준비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는 이날 우크라이나 현지 방송 흐로마츠케 인터뷰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잘 풀리기만을 바란다"며 이렇게 밝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는 1000여 개의 일반 방공호가 마련돼 있다. 지하철 역사 등 일반 지하시설을 활용하고 있어 방사능 낙진을 완전히 막을 수 없는 시설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당국은 425개의 특별 방공호를 준비하고 있다.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깊은 지하 시설을 특별 방공호로 지정하고, 사람들이 버틸 수 있는 비상 물자를 제공하고 있다.

쿨레바 주지사는 "핵공격이 발생할 경우 최우선 과제는 대피할 수 있는 피난처를 찾는 것"이라며 "키이우의 많은 시민들은 지역 내 여러 지하 대피소로 몸을 숨기는 훈련에 익숙해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지하 깊숙한 곳의 방공호로 대피한 이후에는 외부와 통신이 어렵게 된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외부로부터 고립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통신 수단을 강구키로 했다.

쿨레바 주지사는 "핵공격은 모든 전화 서비스를 마비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에 지정된 모든 대피소에 배터리로 작동하는 라디오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라디오와 확성기 외에도 지하 방공호 속 대중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핫라인 등 별도의 통신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르키우=AP/뉴시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의 지하철역에 주민들이 대피해 머물고 있다. 하르키우에서의 포격이 줄어들고 지하철은 내주 초 운행 예정이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이곳을 임시 방공호로 사용하고 있다. 2022.05.20.

그러면서 "뿐만아니라 키이우 지역의 모든 응급구조대는 방사능 보호장비를 지급받았으며, 응급 의료진들은 핵공격시 대응 방법에 대한 사전 교육을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dirty boms)'을 준비 중이라는 러시아의 주장은 '가짜 깃발 작전'으로 자신들의 전술핵무기 사용을 위한 명분 축적일 수 있다고 서방은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별도 성명을 내고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 ▲대량파괴무기(WMD) 사용 징후 ▲재래식 공격으로 국가존립이 위협받을 경우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기존 핵독트린을 재확인했다. 더티 밤은 러시아의 핵사용 조건에 부합한다.

한편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 고위 군 지도자들이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