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표팀 국가제창 거부, 반정부 시위 지지
잉글랜드와 경기 직전 국가연주 때 침묵
관중들도 야유…반정부 문구 들고 응원전
[도하=AP/뉴시스] 이란 축구팬들이 2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B조 첫 경기 도중 마샤 아미니의 죽음을 기리며 '여성, 생명, 자유'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2022.11.21.
[서울=뉴시스]박상현 기자 = 이란이 잉글랜드에 참패하긴 했지만 국민들과 함께 했다. 이런 선수들은 국가(國歌)를 부르는 것을 거부하며 반정부 시위에 대해 지지 의사를 보냈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2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B조 1차전이 벌어지기 직전 행사에서 이란 국가가 연주됐음에도 노래 부르는 것을 거부한채 침묵했다.
현재 이란은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마샤 아미니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된 뒤 구금 도중 사망한 사건으로 반정부 시위가 촉발됐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국민들을 달래기보다는 강경 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테헤란 지하철역에서 총격과 여성을 구타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이란 축구 전설 알리 다에이와 자바드 네쿠남이 FIFA로부터 초대를 받고도 카타르 월드컵 참석을 거부하며 저항하고 있다.
이란 축구대표팀 선수들도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수비수이자 이란 대표팀 주장인 에산 하지사피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의 현재 상황이 옳지 않으며 이란 국민들이 즐겁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카타르에 와 있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거나 그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힘은 모두 이란 국민에서 나온다"고 답하며 연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선수들 못지 않게 이날 경기에 응원나온 이란 축구 팬들도 반정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부 팬들은 이란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소리를 지르며 야유했고 '여성, 생명, 자유'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이란 정부의 강경진압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도하=AP/뉴시스] 이란 축구팬들이 2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B조 첫 경기 시작 직전 국장이 새겨진 가운데 부분이 오려진 이란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2.11.21.
또 일부 팬들은 이란 국기의 가운데에 새겨진 국장이 오려진 국기를 들기도 했다. 현재 국기의 국장은 지난 1979년 입헌군주제인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란 혁명의 상징이어서 이를 오린 것은 이슬람 정부에 대한 강력한 저항 표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월드컵 규정을 준수하고 경기 정신에 부합한다면 이란에서 여성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항의할 수 있다"며 선수들의 국가 제창 거부를 두둔했다.
영국 BBC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게리 리네커도 "강력하고 매우 중요한 제스처였다"며 이란 대표팀 선수들의 행위에 대해 지지 의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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