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광주·전남 10대 뉴스] 붕괴 참사에 가뭄, 유통 대전까지
[광주=뉴시스] =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2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의 상흔이 채 씻기기도 전에 서구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이 무너져 현장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20대 대선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돼 여·야 정권이 교체됐으며,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 광주 지역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인 37.7%에 그치는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광주·전남 취재본부 = 다사다난했던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가 저물고 있다.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6개월 만인 지난 1월 초, 이번에는 화정동 신축 아파트 건축 현장이 와르르 무너지는 믿기지 않는 재난이 발생하면서 우울한 가운데 한 해가 시작됐다.
3월 대통령 선거에서는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보수 정당은 역대 대선 중 가장 높은 호남 득표율을 기록했다. 여파는 6월 지방선거로도 이어져 광주에서는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전남에서는 무소속 돌풍이 현실화됐다.
최악의 가뭄으로 광주에서는 30년 만의 제한급수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고, 전남에선 먹는 물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 3사를 중심으로 한 복합쇼핑몰 대전, 이태원 핼러윈 참사, 화물연대 파업도 지역민들 사이에 이슈가 됐다.
우주발사체 '누리호'와 56년 만의 무등산 정상 상시 개방은 희망과 기쁨을 선사했다. 말로만 떠돌던 5·18 당시 광주교도소 행방불명자 암매장은 42년 만에 사실로 확인됐다. 올해 광주·전남 지역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또 와르르' 7명 사상…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1월11일 광주 서구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201동 신축 현장에서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이 무너졌다.사고 직후 '유래 없는 악조건' 속에서 29일 동안 수색·구조가 펼쳐졌으나 끝내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경찰수사를 통해 시공·하청사가 구조 진단없이 최상층 바로 아래 설비층에 수십t 규모 콘크리트 받침대(T자형 역보)를 놓는 등 공법을 무단 변경하고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지지대(일명 동바리)도 설치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부지 매입·업체 선정 등 구조적 비위도 규명됐다.
참사 관련 직접 과실 책임과 불법행위가 드러난 이는 모두 21명. 이 가운데 17명, HDC 등 법인 4곳이 재판으로 넘겨졌다. 노동당국은 수사와 별개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93건을 적발, 후속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의 HDC 행정처분 지연, 입주예정자 이주 보상 지원 등 숱한 논란을 낳기도 했다.
◇20대 대선, 정권 교체…尹, 호남서 12.75%
지난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며 5년 만에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윤 후보는 호남에서 12.75%로, 역대 보수 정당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이 후보는 80% 중반에 이르는 호남의 압도적 지지에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당 내분 등으로 민주당에 등 돌린 2030 세대와 전국적인 '정권 교체 바람', 국민의힘의 파상적 '호남 공들이기'가 이 후보에게는 악재, 윤 후보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대선 결과는 고스란히 6월 지방선거로 이어져 민주당 텃밭 광주에서는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며 싸늘한 민심을 실감케했다.
◇6월 지선, 민주 텃밭 싸늘…투표율 쇼크·무소속 돌풍
6·1지방선거 결과 광주·전남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에도 불구, 텃밭 민심이 싸늘했다. 광주는 단체장의 경우 민주당이 싹쓸이 했지만, 투표율이 전국 최저이자 역대 최저인 37.7%를 기록했고, 전남은 시장·군수 22명 중 무소속 후보 당선자가 7명(31.8%)에 달했다.
민주당 공천 과정의 잡음을 비롯 일당독점 폐해, 대선 패배 후유증, 정책 의제와 경쟁 실종 등이 겹쳐 유권자의 대거 이탈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집권당인 국민의힘 주기환 광주시장과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의 선전도 주목을 받았다. 주 후보는 15.90%, 이 후보는 18.81%의 득표율을 올려 보수정당으로 광주·전남지역 사상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광주=뉴시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2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최악의 가뭄 속 광주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동복호의 저수율이 가을에 이어 겨울까지 내리막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내년 3월 1993년 이후 30년 만의 제한급수까지 우려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최악의 가뭄, 광주·전남 '물 전쟁'
광주·전남에 50년 만에 들이닥친 유래 없는 가뭄으로 농업.공업용수는 물론 식수와 생활용수가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누적강우량이 평년 대비 60%에 불과한 가운데 '광주·전남 핵심 상수원'인 주암호 저수율은 이미 30% 밑으로 곤두박질 쳤고 내년 5월이면 용수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 주암호 수원이 바닥을 치면 광주시민 143만명, 전남 10개 시·군 주민 128만명이 당장 식수난을 겪어야 한다.
광주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화순 동복호는 주암호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21일 현재 저수율은 27.62%로, 평년 80%대와 비교 시 위태로운 수준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올 겨울 강수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내년 2~5월께에는 단수와 격일제 급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현재 20% 물절약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경우 '물 확보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뉴시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2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광주 지역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군 '빅3 유통사'의 광주 복합쇼핑몰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북구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에 '더현대 광주'를 입점시킬 계획이다. 신세계그룹도 광주 광산구 어등산관광단지에 호남권 최초 스타필드 건립을 추진 중이다. 롯데그룹은 우치공원과 양산동 롯데칠성 공장 부지 등을 물망에 올려놓은 뒤 현재 사업 참여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신세계그룹·롯데그룹 제공,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3·9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불이 지펴졌던 광주 복합쇼핑몰 입점 경쟁이 본격화된 한 해였다. 빅3 유통사 간 치열한 신경전 끝에 지난달 말 현대백화점그룹이 처음으로 사업제안서를 광주시에 제출하면서 선공에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광주 북구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31만㎡)에 대지 면적 3만3060㎡(1만평), 연면적 30만㎡(9만평) 규모로 '더현대 광주'를 건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일찌감치 광주 광산구 어등산 관광단지에 호남권 최초 스타필드 건립을 표명한 신세계그룹도 이르면 연내, 늦어도 연초에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광주시에 제출하기로 하면서 맞불을 놓는 구도다. 신세계그룹은 이와 별도로 광주신세계를 대폭 확장해 국내 최고의 랜드마크 백화점으로 개발하기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갔다.
롯데그룹은 아직까지 신중한 자세다. 북구 양산동 롯데칠성 공장과 우치동 패밀리랜드 부지, 어등산 등 복합쇼핑몰 부지 3군데에 대해 이미 실사를 마친 롯데그룹은 사업참여 여부에 대한 마지막 결정만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측 결정에 따라 광주 복합쇼핑몰 입점 경쟁이 2파전이 될지, 3파전이 될지 조만간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뉴시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2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이 엉키면서 156명이 숨지고 157명이 다쳤다. 현장에 있던 광주·전남 출신 청년 8명도 목숨을 잃었다. (사진 =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지난 10월29일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58명이 숨지고 196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304명) 이후 국내 최대 인명 사고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이태원에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쏟아졌다. 특히 폭이 4m 정도 되는 경사진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이 골목 위아래로 한꺼번에 쏠리면서 최악의 참극으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는 광주·전남 희생자 10명도 포함됐다. 희생자들 대부분은 20~30대로, 어렵게 취업 문턱을 넘었거나 정규직 전환을 코앞에 둔 청년 등으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현재 참사 원인과 현장 대응의 적절성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고흥서 날아오른 '누리호', 우주꿈 실현
대한민국은 나로호 발사 성공에 이어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KSLV-Ⅱ)' 발사에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했다.
제작과 설계, 발사 독자 기술로 12년 동안 개발한 누리호는 총무게 200t, 15층 아파트 높이인 길이 47.2m, 최대직경 3.5m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륙해 목표 궤도 700km에 성능검증 위성과 인공모사를 진입시켰다.
대한민국 최초 저궤도 상공 실용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으로 성공과 동시에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원대한 우주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광주=뉴시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2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차 시도 끝에 발사에 성공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확대 도입 등을 촉구하며 여름과 겨울에 걸쳐 두 차례 파업을 진행했다. (사진 =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올 한해 2차례 벌인 총파업에서 광주·전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역 조합원 수 천명이 '안전운임제' 영구화·적용 확대를 요구하며 가세했다. 6월 7일부터 8일간, 11월 24일부터 12월 9일까지 16일 동안 펼쳐진 2차례 파업으로 광주·전남도 물류대란이 빚어졌다.
주요 수출입항만인 광양항은 한때 컨테이너 하루 반출입량이 '0'으로 뚝 떨어지며 적치장 포화 위기에 이르렀다. 카 캐리어 운행 중단 여파로 기아차 광주공장은 출고 차량을 일일이 몰고 나가 출하장·수출항으로 옮겼다. 생산 완성차 3만 2000여 대가 이른바 '로드 탁송' 방식으로 옮겨졌다.
금호타이어는 이달 초 광주·곡성공장 생산량을 70%까지 줄였고, 시멘트·철근수급 중단으로 지역 건설 현장 곳곳에서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멈추기도 했다. 여수 석유화학 제조사들도 제품출하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두 차례 파업을 통틀어 입·출차 방해, 비조합원 폭행 등 불법 행위로 형사 입건된 조합원은 광주 1명, 전남 9명이었다.
◇'광주의 어머니' 무등산 정상, 56년 만에 상시 개방
호남 정맥의 중심 무등산 정상(1187m)이 광주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1966년 군부대 주둔 이래 56년 만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내년 9월부터는 정상 일부 구간을 매일 오를 수도 있다. 군 부대의 완전한 이전도 조만간 가시적인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매주 무등산에 오르는 강기정 광주시장은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무등산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기운을 회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 차례다. 우리를 회복시켜준 무등산을 우리가 복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광주시민의 안식처, 무등산이 56년 전 그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등의 정기를 이어받은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광주=뉴시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2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지난 10월 무등산국립공원 정상이 코로나19 이후 약 3년만에 개방됐으며 5·18민주화운동 42년만에 옛 광주교도소에서 행방불명자의 유골이 발견됐다. (사진 =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42년 만에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사실로'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5·18 당시 옛 광주교도소 내 희생자 암매장 사실이 42년 만에 사실로 드러났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가 2019년 12월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 262구에 대해 유전자 정보 감식을 벌인 결과 5·18 행방불명자의 DNA가 섞여있었다는 사실을 지난 9월 확인하면서다. 암매장자는 화순 출신 20대 남성으로, 광주에서 일하던 중 항쟁에 참여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옛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항쟁 진압을 위해 투입된 3공수여단과 20사단 62연대 병력이 주둔한 곳이다. 특히 3공수 주둔 당시인 1980년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자행된 교도소 내 민간인 학대와 이로 인한 희생자 발생 증언이 42년 동안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숨진 시민들이 교도소 모처에 묻혔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실제 확인으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도소 암매장 확인은 5·18 행불자 소재 파악에 또다른 이정표가 됐다. 당장 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 중 추가행불자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또 광주시가 공식인정한 84명의 5·18 행불자 외 자료 부족 등으로 인정받지 못한 242명에 대한 전수조사 가능성이 재점화됐다. 이밖에 조사위는 그간 당시 투입됐던 계엄군들을 만나 확보한 진술을 통해 암매장 추정지 30여 곳을 추렸다. 남구 송암동 분뇨처리장, 동구 주남마을 뒷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사위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곳들에 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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