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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울리는 '면접 성차별'…실효성 없는 처벌 규정뿐

등록 2023.01.1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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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 신협 "'제로투'를 아느냐", "춤 좀 춰봐"

인권위 "심각한 성차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어"

채용절차법,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처벌 규정

"실제로는 적용이 안되거나 실효성 없어"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24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2022.08.24. bluesoda@newsis.com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24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2022.08.24. [email protected]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전주의 한 신협 채용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구직자에게 "춤 좀 춰봐"라고 요구하는 등 직무와 상관없는 질문과 요구를 한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로 드러나 논란이다.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을 막기 위해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주의 한 신협에서 실시된 최종면접에서 면접관들은 여성 지원자 A씨에게 "OO과면 끼 좀 있겠네" "춤 좀 춰봐"라며 면접 장소에서 노래와 춤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면접위원이 다른 직원에게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틀어라"고 하자, 담당 직원은 A씨에게 '제로투'를 아느냐고 물었고, A씨는 "선정적인 춤 동작이 있는 노래로 알고 있어 모르는 노래"라며 "입사 후 회식 자리에서 보여드리겠다"고 에둘러 거절했다고 한다.

이어서도 면접관들은 "노래도 할 수 있습니까? 율동도 같이 곁들이면 좋겠습니다" "장르가 트로트, '싱어게인'도 있고, 민요도 있고 여러 가지 있는데, 아무거나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채용 면접에서 불합격했다.

인권위는 "여성에게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성차별적 문화 혹은 관행과 인식에서 비롯된 행위"라며 "심각한 성차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채용 면접 과정에서의 성차별적 질문이 나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11월 동아제약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여자는 군대에 안 갔으니까 남자보다 월급을 덜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군대에 갈 생각이 있나" 등 질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비판이 높지 동아제약은 성차별적 질문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지원자와 청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 피해를 겪었다는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은 더디다.

현재도 채용절차법은 구인자가 구직자의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출신 지역·혼인 여부·재산 등의 정보를 기초심사자료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채용절차법은 응시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 기초심사 자료상의 성차별적 요구만 금지하고 있어 면접 질문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번 '신협 성차별 면접' 사건과 '동아제약 성차별 사건'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이 법은 30명 이상 고용 사업장에만 적용돼 대부분 중소기업은 처벌 대상에서 벗어난다.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통계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사업체 수는 약 186만 개소로, 이중 근로자 수가 30명 미만인 사업체는 약 178만 개소(약 96%)에 달했다. 현행법의 적용 대상인 30명 이상 사업체는 불과 4%에 불과한 것이다.

채용절차법 외에도 남녀고용평등법도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과 미혼 조건 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한다.

김두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공고 같은 데에 남성만 구한다는 것과 같이 명시적으로 돼 있는 건 차별로 보지만, 면접에서 애매하게 물어보는 성차별적 질문에 대해서는 해석을 협소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며 "노동청 진정 경험에 비춰보면 차별로 판단된 경우가 매우 적은 것은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면접 과정에서 순간 있었던 차별이기 때문에 피면접자가 신고까지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피해가 신고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 변호사는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성차별을 인식할 수 있게 교육과 필요하고 노동부의 관리 감독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역시 노동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하며 "피해자가 신고를 할 수 있게 신고센터를 운영하거나 당국에서 면접 과정에 발생하는 성희롱 사건을 색출해내는 작업을 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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