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동식 수과원장 "빅데이터·AI 수온예측시스템 개발 예측시간 단축"
지난 54년간 표층수온 1.35도 상승해
실시간 수온 관측소 2025년까지 200개소로 확대
수과원 개발 생분해 그물, 미국 시장 진출
ODA 사업 확대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부산=뉴시스] 권태완 기자 =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장이 30일 오후 부산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1.30.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토플러 협회 설립자이자 저명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박사는 세계 식량 문제를 해결할 열쇄로 '수산 양식업'에 주목했다. 하지만 국내 수산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국내 수산업은 노동력 부족, 기후변화, 경기침체, 어획량 감소 등 복합적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내만에 고수온 주의보가 64일간 지속됐으며, 이는 특보 체계가 마련된 2017년 이후 역대 최장 기간 고수온 특보가 유지된 것이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업계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유일 수산과학 분야 연구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 우동식(56) 원장을 지난 30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해 12월 취임해 1년여 가량을 지낸 우 원장은 기후위기에 따른 국내 해양 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하고, 양식업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 원장은 고수온 내성 양식어종을 개발하고, 양식적지와 시기 변화 전망자료를 제작하는 등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그는 또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단기 수온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예측 시간을 8시간에서 1시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향후 수과원은 현재 전국 연안 160개소에 운영하고 있는 '실시간 수온 관측소'를 2025년까지 200개소로 늘려 보다 많은 정보를 수산 업계에 제공할 계획이다.
다음은 우 원장과 일문일답.
-원장 취임 이후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역점에 둔 일은 무엇인가.
[부산=뉴시스] 12일 국립수산과학원 우동식 원장이 경상남도 통영 굴 수하식 양식장에서 굴의 성장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수산현안 대응기술 개발에 힘썼다. 먼저 기존 5년마다 발간되던 기후변화 백서가 어업인과 정책 담당자가 보기에는 어렵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기후변화와 수과원의 연구가 연계되는 지점을 찾아 강조한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기로 하고, 첫 번째 보고서를 지난해에 발간했다. 이를 통해 이상수온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독성해파리와 아열대성 어종의 출현이 증가하며, 패류독소의 출현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유해생물 예측연구 등 기후변화 대응 연구를 강화했으며,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자원 변동을 사전에 예측하기 위한 '수산자원 예측모델'을 구축했다"
-어가의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수과원의 노력 성과는.
"에너지 절감형 스마트 기술 개발을 위해 포항과 창원(진해)에 테스트 베드를 운영해 '스마트 수차' 시스템을 안정화할 계획이다. 스마트수차는 양식장의 용존산소량 변화에 따라 수차의 회전날개 속도를 자동으로 제어해 소비 전력 절감과 효율적 운영·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또 양망기 원격 무선조정장치와 같은 어선 자동화 기자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
-기후 변화로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 변화는 없는가.
"지난 54년간(1968~2021년) 전 세계 표층수온은 0.52도 상승한데 비해 우리나라는 약 2.5배 높은 1.35도 오르는 등 빠른 속도로 해양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표층해역의 온도 상승이 빨리 진행되는 이유는 저위도로부터 열을 공급하는 해류(대마난류)의 세력이 1980년대 후반부터 강하게 유지되고 있고,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주변에 대규모 기단의 장기적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고,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2100년까지 표층수온은 최대 4~5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표층수온 상승이 수산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주에 나타나던 아열대 어종(망상어, 뱅에돔 등)이 최근 동해안까지 출현하고 있으며, 독도 연안에서도 아열대 어종(자리돔, 범돔, 줄도화돔 등)의 출현이 빈번하게 확인되고 있다. 또 방어는 최근 동해에서는 어획량이 크게 증가한 반면, 주 어장으로 알려진 남해에서는 감소하는 추세다. 멸치, 고등어의 서식지도 현재보다 북상하는 등 주요 어획어종의 서식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울러 해양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영양염 부족 등으로 해조류의 생장부진과 어린엽체가 녹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김의 경우는 채묘시기가 1달가량 늦춰지고 양식 가능 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과원의 대응책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단기 수온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수온 예측 시간을 8시간에서 1시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또 현재 전국 연안 160개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실시간 수온 관측소를 2025년까지 200개소로 확대해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주요 어종의 서식지 변화 예측, 주요 양식품종의 양식적지와 시기 변화 등을 담은 미래 전망자료를 생산해 수산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아열대 바리종인 대왕바리를 국내에 서식하는 붉바리나 자바리와 교잡해 신품종을 만들었으며, 우리나라에서 많이 양식되고 있는 품종인 넙치와 전복을 대상으로 선발육종과 유전체 육종을 이용해 고수온 내성품종 개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수과원에서 자체 개발한 생분해 그물이 주목받았는데, 현재 성능과 성과는.
생분해 그물 어획성능 시험 (사진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물은 조업 중 끊어져 바다에 유실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유실된 나일론 그물은 자연에서 분해되는데 500년 이상 걸린다. 또 유실된 그물에 해양동물이 지속적으로 걸려 죽는 이른바 '유령어업'으로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생분해 그물이다. 생분해 그물은 1년 후면 강도가 약해져 어구 기능이 상실되고, 3~4년 뒤에는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된다. 수과원은 2005년 세계 최초로 생분해 그물 개발에 성공한 뒤 지속적으로 품질 개선을 해왔다. 2020년 새로운 원료로 고품질 생분해 그물을 개발했는데 이전의 생분해 그물에 비해 강도는 10%, 유연성은 20%나 향상됐다. 어획시험 결과 기존 나일론 그물과 동등이상의 성능을 발휘했다. 생분해 그물은 세계에서도 그 기술을 인정받아 쿠웨이트, 인도, 베트남 등 여러 국가에서 기술지원 요청이 있었고, 지난해 1월부터는 생분해 낚시줄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공적개발원조(ODA)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는 해외로부터 원조 받던 국가에서 세계 최초로 다른 나라에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했다. 특히 굴, 새우, 미역, 김, 넙치 등 양식에 성공해 여러 개발도상국으로부터 기술지원과 교육훈련을 요청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알제리 사하라사막에서 해수를 이용한 바다새우인 흰다리새우 양식에 성공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수산양식 기술이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튀니지와 콜롬비아 수산업 역량강화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ODA 사업을 통해 식량안보 구축과 국익창출은 물론 2030세계박람회 유치지원에도 앞장서겠다."
-국민과 어업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 장기화로 인한 물가상승, 기후변화 등 복합위기, 어획량 감소,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물 소비위축 등 곳곳에 위협요소가 산적해 있어 수산여건이 그리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통해서 이러한 대내·외의 어려운 여건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현안사항을 해결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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