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IT] 게임사 불황…다시 떠오른 '고용불안' 악몽
신사업 철수 수순 밟는 게임사들…조직개편·구조조정 등 나서
경기 침체·신작 부재·연봉 인상 부메랑에 실적 악화
팀 프로젝트 단위 특성상 다수 직원 구조조정
전환배치 과정에서 권고사직 등 고용 불안 관행적으로
앞서 지난달 30일 데브시스터즈는 ‘마이 쿠키런’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이 쿠키런은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지식재산권(IP) 사업 확장을 위해 출범한 자회사로, 사명과 동일한 이름의 팬 플랫폼 서비스를 작년 5월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올 3분기 누적 매출 161만원에 불과했고 영업손실은 24억원에 달했습니다.
결국 데브시스터즈는 마이쿠키런 사업 철수를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사업 직원들에게 당일 해고 통보를 했다는 주장들이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는데요. 사측은 '당일 해고 통보'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관련 경영 사항을 해당 조직에 공유했으며, 구성원들이 다른 프로젝트나 부서로 이동해 쿠키런 IP 성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개별 면담과 절차를 안내하는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팬 플랫폼 '유니버스'를 SM엔터테인먼트 '디어유'에 양도하기로 결정, 2년 만에 사업 철수에 나섰습니다. 이에 최근 해당 사업 조직 인원 재배치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직 혹은 퇴직을 결정하고 문의하는 경우에 한해 최대 6개월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엔씨소프트의 북미법인 엔씨웨스트는 전체 직원 중 약 20%를 감원하며 조직 개편에 나섰습니다. 제프 앤더슨 최고경영자(CEO)도 사임했습니다. 북미는 이미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대규모 감원을 나서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죠.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엔씨는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 중이며, 그 일환으로 북미법인의 전략적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는 산하 기업 메타버스월드의 조직개편에 나섰습니다. 이에 직원 상당수를 넷마블에프앤씨로 전환 배치하기로 했는데, 일부 직원들은 수습 기간 이후 본채용 탈락 통보를 받기도 했다고 알려집니다. 또한 넷마블에프앤씨는 자회사 메타버스게임즈를 흡수합병하는 등 조직개편에 착수했습니다. 비용절감을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크래프톤은 오는 3월부터 조직장 연봉을 동결합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달 사내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 역량을 다지고 재무적 성과도 창출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허민 대표가 이끄는 원더피플은 실적 악화로 인해 임직원에 구조조정을 통보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작년 선보인 PC 슈팅 게임 '슈퍼피플', '슈퍼피플2' 흥행에 실패한 영향입니다. '그랑사가’를 흥행시키며 게임업계 최단 기간 유니콘에 등극했던 엔픽셀은 신작 부재로 재무 상황이 악화되며 구조 조정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구조조정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했습니다. 앞서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 흥행에 성공한 베스파는 전직원 연봉 1200만원 인상을 결정했다가 후속작의 연이은 실패로 적자가 지속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상장 폐지 위기를 맞고 직원 대다수에 권고사직을 통보한 바 있습니다.
게임업계 고용 불안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통상 게임사는 게임 개발을 위해 구성했던 프로젝트가 종료되거나 중간에 드랍(개발포기)되는 경우, 전환배치 팀에 배치시킵니다. 그런데 장기간 전환배치가 이뤄지지 않거나 내부 채용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권고사직'을 권하는 것이 오랜 관행으로 이뤄지고 있죠.
문제는 정규직으로 입사하더라도 타 프로젝트 팀에 배치되기 위해 다시 구직자 신세가 되고, 특정 직군의 경우 채용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일정기간 이상 내에 전환 배치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권고 사직을 종용받는 경우가 아직까지 빈번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게임사들은 프로젝트가 단숨에 날라가거나 폐업해 실직자 신세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게임산업이 다른 업종에 비해 팀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이직이 잦다는 특성을 감안해야겠지만, 알음알음 진행되는 '권고사직'으로 인한 고용불안은 늘 지적돼왔던 문제입니다. 권고사직도 본인이 부당하다고 느끼면 법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회사의 조치에 대항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인맥이 연결되어 있는 게임업계 특성상 평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지난 2020년 이후 코로나19 비대면 수혜에 힘입어 게임산업이 폭풍 성장할 당시 몸값을 높여 이직하는 개발자가 많았기 때문에 그동안 전환배치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넥슨이 먼저 신입 초임연봉을 개발직군 5000만원, 비개발직군 4500만원을 인상하는 신호탄을 쏘면서 크래프톤도 개발직군 연봉 2000만원, 비개발직군 연봉 1500만원 인상을 발표했고 대다수 게임사가 연봉 인상 릴레이에 동참, 개발자 영입에 나섰죠.
하지만 이미 코로나19 수혜는 끝났고,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신작 흥행에는 실패하면서 외형 성장이 주춤하고 있습니다. 중국 게임사들의 기술 발전으로 개발 경쟁력도 밀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연봉 상승으로 인건비가 늘어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있고, 금리 인상·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닥쳤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게임사들은 넷마블, 위메이드, 컴투스홀딩스 등 다수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신사업 투자 및 확장을 위해 추진했다가 적자를 내고 있는 사업들은 빠르게 정리해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겠죠. 이 과정에서 조직 개편, 체질 개선 등을 단행하고 있고요. 앞다퉈 도입했던 재택근무도 폐지하고 정상 출근으로 전환한 지 오래입니다.
한 때 몸값이 치솟던 개발자 등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올 한 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됐는데요. 일각에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도 1만명이 넘는 인력을 해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도 이런 흐름을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구조조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불안감도 팽배합니다.
이런 가운데 넥슨게임즈는 올해 전직군을 통틀어 300여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하며 업계와 대조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굵직한 신작 개발이 이뤄지면서 인력 채용에 적극 나선 것인데요. 모회사 넥슨은 올해 또 한번 매출 3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나홀로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죠.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히트2 선전에 힘 입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경쟁력 있는 신작을 개발하는지 여부가 게임사들의 희비를 갈랐다는 '씁쓸한'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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