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FTA, 위기를 기회로⑥]세계 입맛 사로잡은 K-푸드 열풍…"지금이 기회"
또 다른 한류 'K-푸드'…인지도 상승으로 88억불 수출
"지금은 농식품 수출의 호기…현지 시장 개척 지원 必"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 서초구 양재aT센터에서 열린 '2022 BKF K-FOOD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 수출 식품이 전시돼 있다. 2022.11.16. [email protected]
한국이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지난 2003년 2월 한국-칠레 FTA 체결 이후 한국은 그 동안 전 세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맺었다. 첫 FTA 체결 당시만 해도 농업은 큰 피해가 예상됐다. 값싸고 다양한 수입 농산물이 물밀 듯이 쏟아지면 국산 농산물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20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농식품 업계의 자생 노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한 신품종 개발과 신성장 동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류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FTA 확대가 우리 농업과 농촌, 농민에게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총 10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한류가 확산하고 한국의 국제적 지위가 올라가면서 우리의 농식품은 어느새 세계인의 트렌드가 됐다.
K-푸드는 앞으로도 지난 수년간 갖춘 경쟁력으로 농식품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K-푸드의 브랜드 입지를 확고히 다진 결과다. 농식품 수출의 호기를 맞은 이때, 지속적인 수출 호황을 위해선 현지 시장 개척 등 정부의 중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농식품 수출 88억 달러…품목 다양화로 올해 100억 달러 목표
K-푸드는 세계인들에게 '한국'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로 1위 K-팝(14.0%)에 이어 2위(11.4%)에 해당한다. K-콘텐츠에 등장하는 각종 가공식품은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꾸준한 수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쌀가공식품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9% 증가한 1억8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가공밥은 31.5% 증가한 7520만 달러, 쌀음료는 14.7% 늘어난 1400만 달러의 실적을 냈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떡볶이, 즉석밥 등의 인기가 높았던 것이 쌀가공식품의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건강식 선호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미국과 베트남 등에 수출이 증가했다고 봤다.
한류 콘텐츠에 자주 등장하는 라면과 주류도 해외에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수요가 덩달아 증가했다. 면류는 9.8% 오른 9억7840만 달러, 주류는 12.8% 늘어난 3억6490만 달러를 기록했다.
농식품 인지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 동남아, 유럽 등 비교적 신시장까지 수출시장이 확대·다변화되고 있다. 아세안의 경우, 지난해 1년 전보다 6.3% 오른 18억7940만 달러를 수출했고,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유럽은 13.9% 증가한 5억194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정부는 올해 농식품 수출액 목표를 100억 달러로 설정하고, 2027년 150억 달러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서울=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88억2520만 달러(5일 기준 약 11조4815억원)로 1년 전보다 3.1% 증가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2023.03.05.
한류 열풍으로 각광받는 K-푸드…딸기·라면·냉동김밥까지
실제 지난해 FTA 체결국을 대상으로 한 농수산식품 수출은 10년 전(37억1000만 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늘어 76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배경에는 FTA 체결이 수출 물꼬를 튼 이후 K팝, K콘텐츠 등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점차 높아지면서 K푸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한 점이 작용했다.
안병일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거대 경제권 모두와 FTA를 맺었다. FTA는 우리나라 식품이 조금 더 쉽게 해외에 소개되는 효과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정적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우리 식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한 측면이 있다. 식품의 인기는 맛도 있겠지만, 더 정확히는 그 나라의 위상과 정비례한다. 어떤 나라의 식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건, 그 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식이 전 세계적으로 뻗어갈 때는 일본이 경제 발전의 절정기에 있었던 시기"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식품 기업들이 10여년간 쌓아온 해외 시장 진출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도 봤다.
안 교수는 "내수에 집중하던 우리나라 식품 회사들이 2010년대부터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식품 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 많이 작용하면서 그 성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실제 세계 소비자들이 한류 콘텐츠를 통해 접한 김밥, 라면 등 가공식품들은 또 하나의 한류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로 김밥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관심이 증대되자 aT는 경남 하동군에 냉동김밥 수출을 지원해 지난해 중동지역에 최초로 수출하기도 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촬영지인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우영우 김밥' 음식점 앞에 식사를 하거나 인증샷을 찍으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2.08.04. [email protected]
김치의 경우,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와 9개 주에 '김치의 날' 제정을 추진하며 우수성을 홍보했고, 인삼은 섭취의 편의성을 높인 제품을 개발해 인지도를 높여 일본, 베트남 등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농산물 중에는 딸기의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길을 확대하기도 했다. 딸기 수출용 전용기 운영사는 2021년 대한항공 2개에서 지난해 아시아나를 추가해 총 8개 항공노선이 운영됐다. 정부는 이같이 수출통합조직을 통한 공동포워딩으로 수출 확대 기반을 마련해왔다.
이외에도 aT는 해외 현지 이벤트와 연계해 K푸드 페어, 소비자 체험 및 뉴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등을 추진해 현지 소비 수요를 확대해왔다.
"농식품 수출, 지금이 호기…현지 시장 개척 지원 필요"
메가 FTA시대인 만큼 aT는 농식품 기업들이 FTA 특혜관세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컨설팅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활용을 위한 매뉴얼 등을 발간했다. 또 비관세 국가들에 대한 무역장벽 해소를 돕기 위해 전 세계 36개국 117개소 해외 자문기관을 두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문가는 이벤트성 지원에 더해 해외 시장 개척을 도울 중장기적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 교수는 "우리는 지금 농식품 수출의 호기를 만났다. 농식품 수출은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좋은 기회를 잡고 가속도를 붙이라면 마켓 역량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소규모 업체들이 현지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시장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작지원 : 2022년 FTA 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중구 남산골 공원에서 '농협, 2022년 국민행복 김장 나눔' 행사에서 전국 각지의 김치가 놓여있다. 2022.11.22.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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