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오는 소형견에 넘어진 중년…견주 책임은?[죄와벌]
양봉원서 목줄 않고 풀어두다…꿀 사러 온 손님 다쳐
견주 "위협 안 되는 소형견 보고 넘어진 건 부주의 탓"
法 "손님 드나드는 곳, 주의의무 있어"…벌금형 선고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달려오는 소형견에 놀라 넘어져 사람이 다쳤다면, 견주는 책임이 있을까. 법원은 '피해자가 부주의했던 것'이라는 견주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목줄을 채우는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2020년 3월, 서울의 한 양봉원을 운영하던 A씨는 골든리트리버와 믹스 소형견을 한 마리씩 키우고 있었다. A씨는 대형견인 골든리트리버는 목줄을 채워놨지만, 소형견은 그냥 영업장 내에 풀어두고 있었다.
사고는 그렇게 돌아다니던 소형견으로 인해 벌어졌다. 꿀을 사기 위해 방문한 중년의 여성 B씨(64)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소형견을 보고 놀라 바닥에 넘어진 것이다. B씨는 8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게 됐다고 한다.
검사는 A씨가 영업장 내에서 목줄을 채워 손님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방치한 과실이 있다며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양봉원이 출입이 제한된 사유지이기 때문에 소형견의 목줄을 채워야 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반박했다. 소형견을 풀어놓은 것은 '개들이 짖어야 사람들이 오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고도 한다.
또 통상 위협이 되지 않는 소형견이 뛰어오는 것을 보고 놀라 넘어졌다면 이는 피해자의 부주의 탓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 결과는 뒤집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강희석)는 지난 2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봉원이 사유지라고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꿀이나 벌을 사기 위해 드나드는 영업장이므로, A씨에게는 손님을 위협하거나 물지 않도록 목줄을 채우는 등 관리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당시 골든리트리버도 목줄은 채워져 있었지만, 길이 때문에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재판부는 봤다. B씨 입장에선 소형견뿐만 아니라 골든리트리버도 함께 짖으면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개들이 달려는 것 외에 B씨가 넘어질 만한 다른 특별한 요소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중하고 현재까지 합의하거나 완전한 피해배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A씨가 과거 범죄전력이 없는 점, 일부나마 치료비를 지급한 점 등을 함께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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