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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하마스 공격 이스라엘·미·아랍 정보 완전 깜깜이"

등록 2023.10.09 11: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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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해상·공중 동시 공격 치밀한 준비 완전히 놓친 건 놀라운 일

서울 절반 정도 지역에 도청·감시 장치 두고 정보원도 심었는데

하마스 움직임 파악한 각국 정보기관 전무…뛰어난 보안 능력 입증

[가자=AP/뉴시스]가지지구의 하마스 민병대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 하마스가 육해공 대규모 동시 공격을 준비하는 것을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과 아랍국가들이 전혀 사전에 눈치채지 못했다. 2023.10.9.

[가자=AP/뉴시스]가지지구의 하마스 민병대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 하마스가 육해공 대규모 동시 공격을 준비하는 것을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과 아랍국가들이 전혀 사전에 눈치채지 못했다. 2023.10.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단 한 곳도 하마스가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사실을 사전에 경고하지 못했다고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밝히는 것으로 미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완전한 전술적 승리를 거뒀다. 방어벽을 불도저로 무너트리고 수백 명의 전투원을 투입해 몇 시간 동안 이스라엘 주민과 군인들에 총격을 가함으로써 700명 이상을 살해했다.

하마스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지상, 해상, 공중 동시 공격을 알아챈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없으며 이집트와 서방 정보기관들도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

이 지역 근무 경험이 많은 미 당국자들도 놀라고 있다. 이스라엘은 몇 년에 걸쳐 서울시 면적의 절반 조금 넘는 가자 지구 전체에 전자도청 시스템을 구축하고 각종 감시 장치를 설치했으며 정보원을 확보해왔다. 이스라엘 등은 가자지구에 미사일과 부품이 반입되는 것을 여러 번 적발해 차단한 적이 있다.

과거 가자지구 미사일 부품 반입 여러 번 적발

또 수십 년 가동돼온 아이언 돔 방공망이 싸구려 로켓의 집중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것도 문제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하마스가 로켓을 대규모로 비축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요르단강 서안에 신경쓰느라 가자를 등한시한 것일까? 이스라엘 남부에 배치된 군대의 휴가자들이 너무 많아 하마스는 쉽게 이스라엘 기지를 유린할 수 있었다.

이 점은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의 평판을 떨어트리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미래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 번처럼 큰 정보 실패를 경험한 것은 50년 전 욤키푸르 전쟁 때다. 미국의 실패는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의 테트 대공세와 2001년 9.11 사태가 대표적이다.

가자지구 지키는 이스라엘군 휴가자 많아 쉽게 유린돼

예전에는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이스라엘 아이언 돔이 잘 막아 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마스가 짧은 시간 안에 수백 발을 발사하면서 요격 능력이 압도됐다. 아이언 돔은 인구 밀집 지역을 방어하면서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은 요격하지 않는다. 많지 않은 타마르 요격 미사일을 재장전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마스가 이런 취약점을 연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엔 아이언 돔이 대규모 공격도 잘 막아냈었다. 하마스가 이번에 사용한 무기가 요격하기 힘든 종류였음을 시사한다. 하마스가 사용한 미사일은 신형 라줌 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또 폭탄을 투하하는 소형 드론도 사용했다.

하마스는 이번 공격에서 신형과 구형을 섞어 여러 종류의 미사일과 로켓을 사용했다. 대부분 이란이 만든 무기로 가자지구에 부품 상태로 반입돼 은밀히 조립된 것이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시나이 반도 등지에서 가자지구로 이어지는 지하 터털을 통한 미사일 부품 반입을 감시해왔다. 2021년 이스라엘은 지하 터널 100km 가량을 파괴했으며 지하 60m까지 장벽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감시하고 차단해도 모든 미사일 부품 반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마스 아이언 돔 취약점 파악해 효과적으로 공격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많은 정보원을 두고 있으며 도청도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하마스의 공격에 당한 점은 하마스가 휴대폰 등 통신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추적을 피해 사람 간 대면 연락 방식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백 명이 관여된 공격이 이스라엘 정보원에 노출되지 않을 것을 볼 때 하마스의 보안 능력이 매우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뒤늦게 일부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 토마스 나이즈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간주하면서도 가자 지구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도모한 것이 문제”라면서 “취업허가를 가진 1만5000명이 매일 이스라엘에 오는데 하마스가 이를 망치지 않을 것으로 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집중하면서 가자 지구의 위협을 등한시한 것처럼 보인다. 또 하마스를 배격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온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도 이번에 큰 정보 실패를 경험한 셈이다.

미 정보기관들은 이란 연루 밝히는데 집중

미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하마스 공격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돼 있는지를 파악하느라 씨름을 하고 있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이 관여돼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밝힌다.

이란은 미국이 추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수교를 훼방하려 든다고 전현직 당국자들이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면 민간인 사상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평화협상이 어려워질 것이다.

미 중부 사령관 출신 예비역 장성 케네스 매켄지 주니어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사우디 관계에 쐐기를 박으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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