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는' 지도부 태도에 당 내부, 불만 고조…"이대론 총선 어려워"

국민의힘 지도부, 강서구 보선 참패에 "체질 개선 노력"

당내 "현 지도부로 총선 힘들어…정치적 책임 져야"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지율 하지현 기자 =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참패하면서 당내 지도부 비토론이 나오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12일 어려운 선거였음을 강조하면서도 패배에 대한 사과를 내놓지 않자 지도부 책임론이 커지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가 쇄신책 중 하나로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내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서구 보선 패배에 대해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으로서는 험지로써 녹록한 여건이 아니었음에도 강서구민들의 민심을 받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선거운동에 임해준 당원동지 여러분께 당대표로서 감사의 인사와 함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는 13일 긴급 최고위를 열고 참패에 따른 구체적인 쇄신책 등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직후 브리핑에서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구체적인 체질 개선 방안은 13일 최고위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쇄신론을 내세운 지도부 일부가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를 건의했다고 전해지면서 비토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위기 봉합을 강조하며 당내 이견을 자제하던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위기론이 감지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임명직 당직자 사퇴 등의 대책은 오히려 김 대표에게 외통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체질 개선이라는 걸 다시 물갈이의 구도로 쓸 것인지 본인들이 여러가지를 제시할 건지 두고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비윤계를 중심으로 김 대표 책임론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6개월 남은 총선을 이 지도부로, 이 김기현 체제로 치를 수 있느냐를 갖고 당 지도부를 쇄신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 지도부로 총선을 치르기가 힘들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라디오 방송에서 선거 참패에 대해 "폭망"이라며 "지금 이렇게 가게 되면 당이 정말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천 위원장은 "지금 나오는 얘기들도 보면 겸허하게 반성하고 우리가 더 잘하겠다라고 하기보다는 의미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코멘트들"이라며 "원래 험지가 아니고 지금 용산(대통령실)과 우리 당, 정부 여당이 험지 메이커"라고 비판했다.

당내 수도권 의원들과 원외 위원장들을 필두로 수도권 위기론에 따른 지도부 비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김 대표에게도 반은 책임이 있다"며 "서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우리 당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권한을 행사할 때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확실히 알아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없으면 공천도 이렇게 흘러갈 것"이라며 "그때는 지도부가 흔들리는 일들이 본격적으로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그런 (수도권 위기론) 얘기를 했는데 안 들어준 것 아닌가"라며 "이제 결과가 나왔으니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도 "민생 문제로 접근했어야 하는데 선거 전략이 정치로 흘러버렸다"며 "지도부가 물러나야 하는데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도 라디오에서 "오늘도 벌써 비상대책위원회 얘기가 여기저기서 솔솔 나오기 시작하는데 비대위는 일단 지켜본다 하더라도 지도부가 여기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든 짊어질 수밖에 없다"며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격차로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영남 전략을 그냥 수도권에 갖다 낀 느낌"이라며 "현장에서 보면 김 대표 스스로도 그렇고 다들 면피성 선거운동을 하는 느낌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어차피 지는 선거라면 어떻게 멋있는 그림을 연출할 것이냐를 두고 지도부가 전략을 짰어야 하는데 바보같이 진 느낌"이라며 "수도권에서 선거를 치러야 되는 사람들 입장에서 우리가 대표를 어떻게 믿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선거 전략이 똑같이 총선에 적용된다면 우리부터 각자도생"이라며 "결국 리더십 붕괴는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본인이 주도적으로 내년 총선을 끌고 가겠다며 총선기획단 조기 구성 등을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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