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속도전 경계해야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절대적 종신형)에 대해 밝힌 의견이다.
지난달 말 흉악범에게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갔다.
형법상 무기형의 경우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고, 남은 형기가 10년 미만이어야 가석방 대상이 된다.
구체적으로 최근 무기징역이 확정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전주환, '계곡 살인' 이은해, '인천 연쇄살인범' 권재찬은 형이 확정된 뒤 20년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다.
반면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고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42년이 확정된 조주빈의 경우에는 33년 이상을 복역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징역 30~40년 받을 바에 차라리 무기징역형을 받는 게 더 낫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절대적 종신형 입법 예고는 극악무도한 강력범죄자에 대한 강경한 대응과 함께 재범 위험성 등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절대적 종신형의 경우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교화 가능성을 차단 가능성이 있는 등 논란의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개정안 통과 이후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나 헌법소원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 2010년 사형제 합헌 결정 당시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제와는 또 다른 위헌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수형자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영원히 단절시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력한 처벌을 통해 범죄자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성급하게 법령 개정을 추진하다간 위헌성 논란 등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앞서 국회는 음주운전을 2회 이상 했을 경우 엄벌에 처하도록 한 일명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헌재는 '조건·기한 없이 과도한 처벌을 한다'는 취지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국회는 부랴부랴 개정안을 만드는 등 혼선이 초래되기도 했다.
내년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선 절대적 종신형 입법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졸속으로 법안을 심사하는 것이다. 국민적 분노가 법안 마련을 독촉한다고 하더라도, 여러 우려가 있는 길이라면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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