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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60억대 전세사기 50대女…검찰, 징역 13년 구형

등록 2023.12.18 12:12:26수정 2023.12.18 12: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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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삶의 기반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악질 중대범죄"

피해자 "소방관리자 없어 불 나면 죽을 것…엄벌탄원"

[부산=뉴시스] 권태완 기자 =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부산지법 동부지원 입구에서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로 구성된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와 '부산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수백 억원 상당의 전세사기를 일으킨 주범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3.12.18. kwon97@newsis.com

[부산=뉴시스] 권태완 기자 =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부산지법 동부지원 입구에서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로 구성된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와 '부산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수백 억원 상당의 전세사기를 일으킨 주범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3.12.18.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부산에서 사회초년생 200여 명을 상대로 전세금 160억원 상당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에게 검찰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박주영 판사)은 18일 오전 10시 30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0대·여)씨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하며 "이 사건은 피해자들의 진술, A씨의 계좌 거래 내역 등에 의해 범행이 충분히 인정된다"면서 "피해자들이 피땀 흘려 모은 전 재산과 삶의 터전을 전세 사기로 잃게 돼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됐다는 점에서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악질적인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피해자들은 수사 과정 및 공판단계에서 A씨의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수차례 제출했으며, 공판에 직접 참석해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A씨는 수사 과정에서는 '최근 전세 사기와 관련된 언론 보도로 임대차 기간이 만료된 임차인들이 한 번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게 돼 돈을 돌려주지 못한 것'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A씨는 피해자들이 수사를 의뢰하자, 오히려 자신이 실형을 살게 되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며 피해자들에게 협박하기도 했다"며 "A씨는 아직까지 피해자들에게 진지하게 용서를 구한 바 없음은 물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0년부터 올 1월까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담보 채무 현황과 실제 임대차 현황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이고 계약을 한 뒤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결과 A씨로부터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는 210명에 달하며, 166억원 상당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수년간 자신의 자본을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담하거나 담보대출을 승계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부산 지역 원룸 9채를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최후변론에 나선 A씨 측 변호인은 "다른 전세 사기와 달리 A씨의 경우 허위 명의자로 바지 사장을 내세운다든지, 감정평가를 허위로 평가받아 실제 가치를 초과하는 대출을 받는 등 악질적인 전세사기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달라"면서 "피해자들의 입장에선 미흡했겠지만, A씨는 나름대로 구속되기 전까지 피해를 어떻게든 회복하려고 노력했고, 이 사건으로 형사처벌에 따른 책임을 다한 뒤 민사적으로도 피해자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각오를 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최후 진술에 나선 A씨는 자신이 적어 온 반성문을 꺼내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 그는 "모든 것은 제 잘못된 판단과 허황되고 어리석은 제 욕심 때문이었다"며 "그로 인해 많은 피해자분과 피해자 가족분들에게 고통과 상처를 드렸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피해자분들에게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A씨는 또 "평생, 이 사건을 부끄러워하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피해자분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반드시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청석에는 A씨로부터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 수십 명이 찾아왔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을 찾은 피해자들을 위해 발언할 기회를 제공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 B씨는 "A씨가 방치한 건물 중 한 건물의 관리를 맡게 됐다. A씨가 관리비와 공과금을 미납해 세입자들끼리 자체적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현재 건물의 소방 관리자가 없어 최소한의 소방시설 점검마저 이뤄지지 않아 지금, 이 건물은 설비상으론 계속 불이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B씨는 "만약 집에 불이 난다면 경종도 못 듣고 죽게 될 것"이라며 "A씨가 이 사태를 책임질 생각이 있었다면 피해자들의 연락을 받고, 건물을 유지·관리할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A씨는 연락 두절됐고, 28살 나이에 원하지도 않은 40세대의 관리 업무를 맡게 됐고, 쉽지 않았다. 부디 피해자들의 사정을 헤아려 A씨를 엄벌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A씨의 선고기일을 내년 1월 24일 오전으로 지정했다.

이날 재판이 열리기 전 부산 지역 전세 사기 피해자들로 구성된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와 '부산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는 해운대구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엄벌을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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