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中총리 기자회견…시진핑 권력 더 커지나
전인대 폐막일 총리 기자회견, 올해 없애기로
시진핑 주석 1인 체제 강화 추세 반영된 듯
[베이징=신화/뉴시스]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사전 기자회견에 열리는 가운데 러우친젠 전인대 대변인이 발언하고 있다. 2024.03.04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2차 회의를 앞두고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서 러우친젠 전인대 대변인은 "올해 전인대 회의가 폐막한 이후 총리 기자회견은 개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올해 전인대 이후 몇 년 동안 총리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에서 서열 2위인 국무원 총리는 그동안 의례적으로 전인대 회의 개막일에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를, 폐막일에는 대미를 장식하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각각 열어왔다.
이 기자회견은 1991년 리펑 당시 총리가 처음 실시하고 1993년 주룽지 당시 총리 시절부터 정례화됐다. 중국에서는 국가 최고위급 책임자가 직접 외신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드문 기회인 만큼 주목을 받아왔다.
고(故) 리커창 전 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은 리창 총리 역시 임명 이후 처음 열린 지난해 전인대에서는 폐막일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전인대에서 30여년간 이어져온 기자회견이 사라지면서 모처럼 대외에 각인시킬 수 있는 총리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결국 시 주석에 이어 서열 2위 자리인 총리의 존재감이 축소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러우 대변인은 이날 "전인대 프레스센터에서는 부장(장관) 기자회견과 '부장 통로(도어스테핑·약식 브리핑)', 참석자 수를 늘릴 것"이라며 "국무원 관련 부서의 주요 책임자를 초청해 외교·경제·민생 등의 주제에 대해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자들에게 더 많은 취재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2차 회의를 앞두고 사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사진은 인민대회당 기자회견장에 몰려든 내외신 기자들. 2024.3.4 [email protected]
하지만 2인자가 나설 자리를 줄인다는 것이 결국 그동안 강화돼온 시 주석 1인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뜻 아니겠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인대 개막에 앞서 이날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서도 서열 4위인 왕후닝 정협 주석은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결집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왕 주석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를 견지하고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해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며 시진핑 체제를 수차례 언급했다.
외신도 이번 기자회견 폐지가 권력의 역학관계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를 싣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익명의 분석가를 인용해 "총리의 업무는 이제 주로 경제·사회 분야인데 기자들의 질문이 대개 외교와 중국의 전반적인 전략에 관한 것"이라며 "외교가 주로 시 주석의 손에 점점 집중되고 있는 만큼 리 총리가 답변에 나서는 것이 이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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