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처럼 못 해?"…서울 버스 파업, 짧게 끝났지만 뒷맛 씁쓸
지하철과 달리 파업 시 대체 인력 투입 근거 無
이번 임금 인상으로 서울시 예산 600억원 투입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 임금 협상 합의와 파업 철회로 버스 운행이 정상화된 28일 오후 서울 한 버스정류장으로 버스가 줄지어 들어오고 있다. 파업에 대비 추진됐던 비상수송대책은 즉시 해제됐고, 대중교통은 정상 운행한다. 연장 예정이었던 지하철, 전세버스 등 대체 교통 투입은 현행 운행으로 변경된다. 2024.03.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파업 11시간여 만에 임금 협상을 타결하면서 버스 운행 중단 사태가 마무리됐다. 다만 이번 파업 과정에서 대체 인력 투입 등 대안이 부족했던 점, 서울시의 재정 부담이 더 심해진 점 등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2시30분부터 이날 오전 2시까지 진행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 회의에서는 시내버스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지만 오후 3시 임금 인상률 4.48%에 명절 수당 65만원 신설로 노사가 합의에 도달했다. 명절 수당을 포함하면 임금 인상률은 5.6% 수준이다.
새벽까지 사측이 5.1% 인상, 노조가 6.1% 인상을 주장하며 맞섰고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오전 4시부터 파업이 시작됐다.
파업을 시작한 날이 고등학교 3월 모의고사 당일로 학생들을 중심으로 불편이 가중됐고, 이에 버스 노사를 향한 여론도 악화됐다. 결국 노사는 11시간여 만에 합의를 했고 퇴근길에는 버스가 정상 운행하게 됐다.
파업은 종료됐지만 이번 사태는 서울시 버스 체계의 취약성이 드러난 계기가 됐다.
지하철의 경우 파업을 할 경우 일정 비율은 파업에 참여할 수 없게 하는 강제적 조항이 있다. 또 기관사가 파업을 할 경우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그런데 버스의 경우 필수 인력이나 대체 인력 투입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버스는 필수 인력을 남겨둬야 한다는 규정 자체가 없다. 버스 운전 면허를 가진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서울 시내 버스 파업이 종료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2024.03.28. [email protected]
이 때문에 향후 버스 파업이 재발할 경우에도 이번처럼 시민 불편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버스도 지하철처럼 파업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협상 타결 후 백브리핑에서 "버스도 비상 수송 수단이 될 수 있고 지금처럼 공공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지하철처럼 일정 비율은 파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그런 방향으로 국회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임금 인상으로 서울시 재정 부담이 더 커진 점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2004년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는 시내버스 회사들의 적자를 예산으로 보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 속에 시내버스 회사들의 적자 폭이 커졌고 서울시 예산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8915억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파업을 계기로 버스기사 임금이 추가 상승하면서 서울시 돈이 수백억원 더 투입되게 됐다.
이번 임금 상승으로 서울시가 버스 회사에 더 투입해야 할 돈은 600억원 수준이다. 윤 실장은 "임금은 1% 인상될 때마다 약 110억 내지 120억 정도 추가 재정 부담금이 발생된다"며 "5.6% 인상이니까 약 600억 정도 추가 재정 부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버스 요금이 또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서울시는 요금 인상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실장은 "사실 버스는 아시다시피 작년 8월에 300원 인상을 한 바가 있다"며 "그래서 아마 당분간 버스 요금 인상 요인은 바로 도출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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